어린이를 지키는 민식이법, 운전자에겐 악법?
어린이를 지키는 민식이법, 운전자에겐 악법?
  • 이은정 기자
  • 승인 2022.10.06 17:29
  • 호수 149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3. 민식이법 개정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 [View 1] 사회부 기자 A 씨
스쿨존 교통사고 취재를 나갔다가 안타깝게 사망한 초등학생과 상심해 울고 있는 그 부모를 본 적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들은 교통안전에 대해 제도상 적극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당시 9세이던 김민식 군이 운전자의 과실로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안전을 위협받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자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 처벌을 기존보다 훨씬 강력히 하고 속도 제한 규정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흔히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현재 민식이법의 강력한 조항들이 어린이 교통안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민식이법의 완화를 원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허술했던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취지로 입법된 만큼, 다시 완화돼서는 안 된다. 대다수 국민의 민식이법 지지 여론이 그 필요성을 보여준다. 지난 5월 4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 조사」 결과, 운전자 70.3%가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 습관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어 어린이보호구역 차량 제한 속도를 묻는 설문에는 시속 30㎞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의견이 과반 이상인 64.7%를 차지했다. 이는 ‘높여야 한다(24.2%)’는 의견 대비 무려 2.7배 높은 수치다. 이처럼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식이법 완화 주장은 불편을 위시한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외면 사례다. 더 이상 어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해서도 강력한 법 아래 교통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 [View 2]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B 씨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물론 동의한다. 그러나 민식이법은 법안 내용 자체에서 개정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법 위반자를 처벌할 때는 범죄행위를 기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피해 대상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식이법에 따르면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의 경우, 피해자의 나이에 따라 가해자는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도, 5년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이것이 민식이법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현행법은 융통성이 부족해 많은 국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의 어린이 교통사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1만3천536건인데, 그 중 40.4%(4만5천812건)가 하교 시간대인 오후 2~6시 사이에 발생했다. 심야 시간 등 어린이의 교통사고 위험이 극히 낮은 시간대에도 속도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일률적이고 과도한 규제이므로 개정을 통한 시간대별로 속도 제한 규정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일부러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도로 뛰어들며 운전자를 놀리는 스쿨존 내 운전자 위협행위가 유행하고 있으며,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에서도 일부 부모들이 억지를 부려 막대한 보상금을 챙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어느새 민식이법의 악용 사례는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민식이법은 긴급을 요하는 소방차나 경찰차, 구급차를 구분하지 않고 사고 발생 시 무조건적인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해 긴급 상황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을 피하게 되는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식이법의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소폭 감소했으며, 특히 서울시는 민식이법 시행 1년간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 0건을 기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스쿨존 내 통행속도가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식이법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식이법 위반과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이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법안의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악용사례 또한 다수 등장하며 운전자들의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실제로 시행 하루 만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3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2일 법제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법제연구원에서는 민식이법에 대한 사후 입법영향평가를 이번 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민식이법 시행 후 오래 지나지 않은 만큼 정책 본연의 취지가 흐려지지 않도록 법안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면밀하게 여론을 파악해 국민들이 불합리한 상황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민식이법에 대한 인식 제고는 물론 국민들의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심층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은정 기자
이은정 기자 다른기사 보기

 connect@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악법 2023-11-04 08:43:06
민식이법은 악법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