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문해력, 괜찮으신가요?
당신의 문해력, 괜찮으신가요?
  • 취재팀
  • 승인 2022.10.06 17:33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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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독서능력 저하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일러스트 김민서 기자
일러스트 김민서 기자

Prologue

‘심심한 사과’,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심심(甚深),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형용사다. 그러나 최근 이를 ‘지루한’의 의미로 오인해 정중한 사과가 부정적인 뜻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이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부족하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본지는 문맹률이 극도로 낮은 한국에서 문해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와 해결방안에 주목했다.

 

청년층 문해력 실태의 진실 

‘심심한 사과’ 외에도 익일, 사흘, 이지적 등의 어휘들이 청년층의 부족한 문해력으로 인해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단어들을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연관검색어로 ‘뜻’이 상위권에 위치함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어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3줄 요약해 주세요”, 인터넷상에서 긴 형식의 글을 마주했을 때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이다. 본인이 직접 정보를 정리하고 판단하기를 회피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에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OECD 평균보다 7점이 높은 273점으로 알려졌다. 청년층(16~24세)은 OECD 국가 중 4위의 기록에 안착했다. 그러나 25세에서 65세까지의 문해력 측정 점수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한양대 조병영(국어교육) 교수는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모든 학생의 문해력이 저하된 것이 아니라, 못 읽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며 비판적 사고는 고사하고 글에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읽어내기 어려운 학생들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학 김미지(국어국문) 교수는 청년층 문해력 저하 원인을 ‘젊은 층의 독서량 감소’, ‘도서보다 영상물에 친화적인 문화’, ‘SNS 위주의 단문을 중심으로 하는 소통 방식’, ‘한국어 어휘력 향상을 위한 노력 부족’ 등에서 찾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문맹률은 글자를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NILE)이 작년 9월 발표한 「제3차 성인 문해 능력조사」에서 수준 1*은 응답자의 4.5%, 수준 2**는 4.2%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적 문맹률이 1%도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실질적 문맹률이 8.7%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수준 1: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
**수준 2: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한 수준

 

‘디지털 문해력’ 이란 

미국의 미디어 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문해력을 “디지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조합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히 정보를 찾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디지털 강국이지만 청년층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2021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2018)를 바탕으로 한 OECD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계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읽기 영역에서 514점으로 평균 487점보다 높아 OECD 37개 회원국 중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25.6%로 평균 47.4%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국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기기를 다루는 능력은 우수하나 그것으로부터 습득하는 지식을 구별하거나 해석하는 디지털 문해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창원초 주민철 교사는 『연합뉴스』에서 “학교 교육이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학생 스스로 디지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문해력 하락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152명 중 73%가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디지털 기기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 것에 비해 디지털 문해력 약화 현상은 증가했으며, 영상 매체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해져 정보의 질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데 있어 집중력 저하가 발생한 것이다.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리 대학의 생각은?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문해력 저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김채은(커뮤니케이션·1) 씨는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글을 읽기보다는 정보를 해석된 상태로 전해주는 영상 미디어 매체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문해력을 기르는 과정이 줄어듦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권민지(문예창작·1) 씨는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기재된 글을 보다보면 이 단어가 이럴 때 사용되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자주 있다”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단어들이 많지만, 그런 단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학생들은 ‘문해력 저하를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해력 저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을 보거나 본인이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청년층 문해력 저하에 대한 원인으로 청년층의 부족한 독서량과 한자를 모르는 것을 꼽았다. 이해력을 향상하기 위해선 독서를 해야 하며, 한자를 모르고서는 단어의 어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근 청년층 문해력 저하의 대표적 예로 떠오른 ‘심심한 사과’에 대해 김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이 이 정도의 어휘를 ‘모른다’는 점에 있다기보다, 이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사어(死語)’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언젠가 사어가 될 확률이 높은 표현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년층도 청년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독서를 포함한 다양한 텍스트를 경험해 자신의 언어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층 문해력 저하의 해답은 ‘독서’ 

대학가에서도 청년층의 문해력 저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독서와 토론, 글쓰기 관련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건국대, 고려대, 경북대, 중앙대, 아주대 등은 학교 내에서 자체 교재를 발간해 글쓰기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서울대는 지난 3월 신입생 1천472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평가를 진행했다. 이는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제공해 문해력에 중요한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방침이었다. 


우리 대학도 2020년 교양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1학년 교양 필수로 현재 ‘대학글쓰기’와 ‘명저읽기’ 교과목이 개설된 상태다. 작년 7월 우리 대학 윤승준(자유교양대학) 교수가 발표한 「고전교육 교양필수 교과목 운영 사례」논문을 보면 ‘명저읽기’ 과목으로 학생들의 독해력과 의사소통 역량, 문제 해결 효능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윤 교수는 문해력이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명저읽기’는 검색만으론 파악하기 어려운 글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긴 안목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선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게 문제를 읽어낼 수 있는 문해력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글쓰기 과목을 수강 중인 윤인노(일본·1) 씨는 “긴 문장에서 핵심을 뽑아내는 법과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의견을 더욱 가독성 있게 전달하는 법을 배웠다”며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마다 고민하던 부분에 대한 해답을 얻어갈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독서를 추천한다. 서원대 이연정(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는 풍부한 어휘력은 독서를 통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선 잘 쓴 글을 많이 읽고 좋은 문장을 자주 접하며 무엇보다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로 오디오북을 즐기는 것 또한 독서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Epilogue

김미지 교수는 “청년층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시대에 따라 늘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어휘력에 옳고 그름을 판별할 것이 아닌, 세대 간 어휘 문화를 고스란히 이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는 9일은 제566돌 한글날이다.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공원에 앉아 책을 읽으며 자신의 어휘력을 드높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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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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