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국회
  • 박준정 기자
  • 승인 2023.01.03 15:25
  • 호수 1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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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위상이 날로 추락 중이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최고의 국가 권력기관이지만 국민 눈에는 달갑지 않다.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해마다 시행되는 주요 정부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에게 국회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곳이 아닌 불신의 장이 된 것이다. 


국회가 이러한 불신으로 가득 찬 것은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컸다. 대중들의 눈에는 뉴스를 틀자마자 정쟁을 서슴없이 일삼는 국회의원이 국회 이미지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본 국회는 300명의 국회의원으로만 굴러가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중들의 사각지대에서 의원의 손발이 돼 조용히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국회의원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따르는 전인후종(前引後從)의 모습을 보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의원의 법안 발의를 위해 며칠 동안 밤낮없이 컴퓨터 앞에서 서류를 쌓고 읽었고 외국의 법례를 분석해 우리나라 법안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온종일 고민했다. 때론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기록을 마지막으로 정리, 추후 제공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조연으로서 주연을 빛나게 해주기 위해 그들은 그 과정에서 삶과 업무의 공간적 개념이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야근과 주말 업무가 잦은 불규칙적 업무 패턴뿐 아니라 집에 들어와서도 항상 일에 대한 고민에 짓눌렸다. 다른 직장도 똑같지 않냐는 물음도 있을 수 있으나 민생과 연관된 일이다 보니 영향력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은 다른 회사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공통으로 입을 모아 공적인 사명감이 우선시돼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상사가 자신의 노력을 흡수한 채 홀로 빛난다면 때론 섭섭하고 자신도 빛나고 싶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절대 국회의원만이 돋보이는 현실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이는 국회를 보는 국민이 가질 정치적 효능감의 상실과 무력감을 걱정했다. 나아가 국회의원의 행동이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거듭하며 기자는 그들이 당연시하는 희생이 국회의원의 태도에 가려 지금은 빛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그런 노력을 유명무실화하는 국회의원에 화도 났다. 자신의 권위와 자존심을 앞세워 여러 사람의 헌신을 쉽사리 퇴색시키는 국회의원 본인의 모습을 반추해봐야 한다. 더 이상 의원들의 당 색과 계파에 따라 분열되는 일명 ‘편 가르기 정치’가 이어져선 안 된다. 


그런 노력은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국회가 아닌 대화와 설득으로 토론과 협의가 활성화돼 상식이 통하는 국회로 나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지름길이다. 이는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함께 국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많은 그림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기도 하다. 서로를 빛나게 해줬을 때 국회는 비로소 국민과 한층 가까워지지 않을까. 

박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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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jeo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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