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말을 채소 ‘당근’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제는 중고 거래가 우리의 일상이 된 듯하다. 잘만 거래하면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되고 자원 절약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단 중고로 물건을 팔기로 마음을 먹고 나면 얼마에 올릴지가 가장 고민이다. 비싸게 내놓고 싶지만 아무도 안 살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싸게 내놓자니 너무 아깝다. 정해진 가격이 없다 보니 생기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 책정 시 꼭 기억해야 할 심리가 있다.
물건의 가치를 매길 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는 심리적 차이가 생긴다. 일반적으로 판매자는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 하고 구매자는 반대로 싸게 사고 싶어 한다. 당연해 보이는 이 현상은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이득을 취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물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물건을 두고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이다. 소유 효과란 대상을 소유하고 나면 갖기 전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심리를 활용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살펴볼 수 있다. '불만족 시 전액 환불' 이런 식이면 남는 게 있을까 싶지만, 실제 환불받는 고객들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들은 이미 내 손안에 들어온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손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할인 기간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으면 점원이 하는 단골 멘트가 있다. 할인은 오늘까지니까 고민되면 지금 구매하고 나중에 와서 환불하라는 말이다. 고객에게 일단 소유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처럼 우리는 소유한 물건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현상은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 심리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판매가를 스스로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심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칫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함으로써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유효과가 적용되는 건 당근과 같이 소소한 거래부터 사업상 신제품 가격 책정, 부동산 거래까지 다양하다. 어떤 종류의 거래든 내가 판매자 위치에 있을 때는 소유 효과를 기억해야 구매자와의 갭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건의 가치는 내가 가지고 있을 때나 타인이 가지고 있을 때나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