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두 부류로 나뉜다. 나와 아주 가깝거나 연관이 있는 사람과 그냥 아는 사람. 우리가 주로 공을 들이는 관계는 전자의 사람들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접한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이웃, 학창 시절 선후배들, 업무상 잠깐 만난 사람 등… 셀 수 없이 많은 얕은 관계들을 맺고 있지만 이들 모두에게 관심을 두기는 어렵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보다는 나에게 친밀하거나 중요한 관계에 더 노력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이를 인맥 관리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익히 듣고 경험해 알고 있다. 오죽하면 인맥(人脈)을 관리 대상으로까지 두겠는가. 하지만 인맥을 통해 서로 유용한 도움을 주고받고자 하는 것이 인맥 관리의 목적이라면 '그냥 아는 사람'들도 관리 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인생에 있어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인맥 관리 리스트에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대표 어린이 메뉴인 '해피밀'의 시작도 그렇다. 해피밀의 시작에는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 크록(Ray Kroc)과 디즈니랜드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그냥 알던 사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둘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적십자사의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짧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 당시에는 둘이 함께 할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훗날 레이 크록이 디즈니랜드에 맥도날드 매장을 열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며 사업상 중요한 기점을 만들게 된다. 이들의 협업은 맥도날드의 2006년 정크푸드 논란으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2018년 재결합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협업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 베터(Mark Granovetter)는 자신의 논문 『약한 연대의 힘』에서 이직에 성공한 9만 8000명을 대상으로 이직에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가까운 사람이 아닌, 그냥 알고 지낸 사람이 83%였다. 직장을 옮기는 것이 인생에 있어 중대한 일인 걸 생각해 보면 꽤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내 삶의 결정적 한 방은 나의 인맥 관리 리스트에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스치는 모든 관계가 언제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관계의 스펙트럼을 조금 넓혀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관계에 같은 정도의 에너지를 쏟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관리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누가 내 인생에 귀인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