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필요한 사회는
영웅이 필요한 사회는
  • 정지화(영어3)
  • 승인 2023.04.04 14:26
  • 호수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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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라는 존재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 존재는 검과 방패를 들고 세계를 위협하는 적을 무찌르는 존재일 수도 있고, 위기에 처한 국가를 탁월한 전략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망국의 기로에서 구해내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웅들의 묘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잠시 우리의 눈길을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로 돌려보자. 그 중에서도 지금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눈길을 줘 보자. 몇 달 전에는 키예프의 유령이라는 에이스 파일럿에 관한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였지 않는가. 러시아의 전차와 장갑차를 트랙터로 견인하여 훔쳐낸 농부들의 이야기가 미담으로 퍼지고 있지 않는가. 

 

이게 너무 머나먼 곳의 예시라고 한다면 당장 동네 술집에서 직장인 정도 나이대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라. 대체 왜 이번 정부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냐고. 제대로 된 사람이 대통령직을 할 수는 없는 거냐는 한탄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힘든 시기의 이야기이며 영웅에 관한 찬사나 영웅의 등장을 원하는 바람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전쟁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영웅들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며 위안을 얻는 것이고 후자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영웅의 등장을 바라며 버티는 것이다. 그 말인 즉 혼란할수록 영웅에 대한 생각이 강해지고 그것의 역으로 순탄할수록 영웅에 대한 생각이 줄어든다는 것도 성립할 것이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희곡인 ‘갈릴레이의 생에‘에서 갈릴레이의 제자가 영웅이 없는 사회는 불행할 것이라고 하자 갈릴레이는 오히려 영웅이 필요한 사회가 불행한 것이라는 말을 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위대한 리더나 군인보다는 그저 잘 돌아가는 사회 하나가 더 절실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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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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