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부터 내려온 상인들의 전통적인 거짓말이 있다. 바로 “손해 보고 파는 거예요”라는 말이다. 소액을 깎아주면서도 생색을 내며 이런말을 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누가 진짜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겠나.
요즘은 전통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가가 정해져 있는 곳에서 구매하기에 이런 귀여운 거짓말을 들을 일이 별로 없지만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싸게 사는 거다”라는 메시지를 흘린다. 홈쇼핑에서 자주 보게 되는 ‘오늘만 이 구성’, 온라인 쇼핑몰의 ‘주말만 무료배송’, 각종 쿠폰 발행 등이 이런 메시지다. 우리는 그 메시지를 듣고 흔쾌히 지갑을 열고는 카드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며 투덜댄다. 명세서를 아무리 훑어봐도 필요한 걸 샀을 뿐인데 말이다. 그것도 싸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내가 뭐 예쁘다고 왜 싸게 팔까?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비대칭적으로 더 예민하다. 즉, 꽁돈으로 100만원이 생겼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원을 분실했을 때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로 내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이기면 상대가 100만원을 주고 당신이 지면 100만원을 상대에게 주어야 한다. 게임을 할 것인가? 확률적으로는 50:50의 가능성이라 해봄직할 수 있지만 실제 이 게임에 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면 잃게 될 100만원이 이겨서 얻게 될 100만원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같은 금액인데 말이다.
기업들이 쿠폰을 발급하고 세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폰 유효 기간이나 세일 기간이 끝나고 나서 구매하면 ‘손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손실을 회피하는 사람의 기본 심리에 따라 사람들은 지금 안 사면 손해라고 느껴 얼른 지갑을 연다.
손해를 피하려고 하는 심리는 살 생각 자체를 안 했던 것들을 마치 꼭 필요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동안 구매하지 않았다는 건 정말로 필요하지 않았던 거 아닐까? 호갱이 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면 ‘이걸 세일을 안 했다고 해도 샀을까?' 를 생각해보자. 만약 대답이 NO라면 당신은 필요한 것을 굳이 만들어 안 사도 될 걸 사는 낭비를 해놓고도 싸게 좋은 물건을 득템한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