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조선시대부터 여자들은 꿀과 함께 각종 여러 재료를 섞어 피부관리를 했다고 전해진다.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을미개혁으로 단발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남자들은 머리 장식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오랜 과거부터 외모 치장에 많은 관심을 쏟는 걸 보면 미(美)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인 듯싶다.
인간의 본능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이 영양분을 섭취해야 살 수 있기에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함께 상부상조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런 면에서 살펴보면 미를 추구하는 욕구 또한 분명 어떤 유익함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본능으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미를 추구하는 본능은 아름다운 외모가 이성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성의 관심은 곧 후생을 남기는 일에도 연결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외모는 짝을 찾는 일 이외에도 의식하지 못하는 많은 순간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외모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 총선에서 외모가 매력적인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에 비해 평균 21%나 더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동네 반장 선거도 아니고 총선이면 분명 외모가 후보자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을 텐데, 연구 결과를 보면 외모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외에도 외모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외모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처럼 외모는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쉬울 것도 같다. 억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내적 아름다움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외적 아름다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의식의 선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더라도 호감을 주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노력은 내 삶을 더 유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결정하고 논리적인 이유를 댄다. 앞서 언급한 연구 대상자들은 아무도 본인이 ‘외모 때문에’ 투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판단 이후에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해 논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중대한 결정에 외모가 영향을 주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