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눈을 감는 밤
다른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사랑
사과를 거듭 발음하면
글자는 이내 모호해지듯이
서로의 입을 맞댈수록
희미해지는 밤의 초상
너는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중
가장 짙은 여백이 되고
제자리를 갖지 못한 자음과 모음들이
눈앞을 떠다니고 있다
그저
서로가 분주히 핥아대던 인중을 타고
불어터진 입술을 타고
불투명한 침이 흘러내리는 시간
이곳에는
우리가 남긴 오래된 침자국이 있고
네가 그려둔 무채색의 숨이 있고
우리가 밤마다 섞어 마신 호흡이 있고
그것들을 죄다 견디지 못한
내 피가 있다
뱉을수록 희미해지는 사랑
참을수록 견고해지는 언어의 밀도
우리의 밤은
구태여 발음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단대신문 : 펼쳐라, 단국이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