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과연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나이는 과연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 구예승 기자
  • 승인 2023.06.02 17:28
  • 호수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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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도 기자의 지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이달 28일 일종의 회춘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반기는 분위기다. 나이가 정녕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면 어째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일까. 


기자는 한창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말 그대로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을 탓하며 추억에 잠긴다. 아마 30대에 들어선다면 대학생인 지금을 떠올리며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나간 시간이란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하기도 하고 후회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나이는 그저 숫자라고 말은 하면서도 젊음을 아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특히나 대한민국의 사회는 나이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가. 일정한 나이가 지난 청년이 번듯한 일자리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통념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 기자 또한 어느새 이 통념에 맞춰진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자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격언에 담긴 속뜻, 즉 언제든 늦지 않았으니 도전하라는 것에는 동의를 표하고 싶다. 기자는 대학교에 입학한 후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실현 가능한 미래 계획을 짜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이렇게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기자 또한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 현실에 부딪힌 꿈은 허황됨이라는 단어로 치환돼 이뤄지지 못한 채로 잠들게 된다. 사회적 통념과 더불어 나이를 먹을수록 어깨에 쌓여가는 책임이라는 짐은 우리의 모험을 가로막는다. 마냥 흘러가는 시간의 억압과 불안정성의 두려움을 깨고 이에 도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 ‘만 나이 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법정·행정상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험의 발판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세는 나이’ 문화에서 ‘만 나이’로의 통합이 안정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1년에서 2년의 세월을 뒤로 돌리는 타임머신을 탄 것만 같은 심리적 요인이 기자와 같이 이루지 못한 꿈을 품은 이들에게 위안과 또 다른 도전 정신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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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e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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