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변호사, 생활법률 유튜버까지… 법과 찰떡궁합"
“대법관, 변호사, 생활법률 유튜버까지… 법과 찰떡궁합"
  • 강서영 기자
  • 승인 2023.06.02 17:31
  • 호수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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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과 적성이 맞아 선택한 법조계 길
제주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해결 뿌듯
유튜브로도 꾸준히 법률 소통하고파”

이 유튜버에겐 악플을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기자가 만난 박일환(72) 변호사는 2006년부터 7년간 대법관을 역임하고 지금도 유튜브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하며 시청자에게 법률 상식을 제공한다. 박 변호사는 나이 일흔이 넘어서도 법과 함께하고, 법률을 통해 사람을 구원하고 있다. 업무로 지치는 순간에도 법조인이 되는 꿈을 변치 않았던 그의 낭만적인 인생을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1951년 1월 15일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1978년부터 법관으로 일을 시작했다. 2012년까지 대법관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다. 유튜브는 2018년부터 시작했다.”

 

- 법조인을 꿈꾸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따지고 논리적인 것을 좋아했다. 그걸 보고 아버지께서 법조인 같은 것이 맞겠다고 말씀도 하셨고, 공부를 해보니까 법이 가진 논리적인 면이 적성에 맞아서 법조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법률직 중에서도 변호사를 하니 공직에 매인 판사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 


- 법조계에서 길게 근무했는데, 그동안 일을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

“법조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판사의 일은 너무 공직에 매여 있으니까 문득 다음엔 더 자유롭게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결국 법원에서 마지막까지 근무하게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법조계의 일은 내 적성에 제일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 그동안 법과 관련된 일을 하며 뿌듯했던 순간을 꼽자면.

“대법관 시절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할 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냈었다. 원심에서 올라온 유죄 판결을 무죄로 돌렸다. 판사 시절에는 그 사건에 관련된 당사자들의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에 어려운 사건을 해결할 때가 뿌듯했다. 변호사 시절엔 하급심에서 잘못된 판결을 내가 맡아 대법원의 결론이 바르게 바뀌게 됐을 때 뿌듯했다. 일례로 론스타 사태의 변양호 국장과 관련된 피고인들이 2심에서는 유죄로 올라왔는데 내가 대법원에서 파기해 무죄가 된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박일환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며 필기를 하고있다.
▲박일환 변호사가 인터뷰를 하며 필기를 하고있다.

 

- 대법관의 업무량이 상당했을 텐데. 이 업무량을 6년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행했을지 궁금하다.

“하루에 8시간씩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주어진 업무니까, 들어오는 사건 수만큼은 항상 처리해야 하기에 건강관리에 힘쓰면서 업무를 봤다.”

 

- 대법관직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스러운 순서다. 이젠 법관을 더 이을 수 없으니 변호사를 택했다. 요즘은 변호사를 하다가 판사를 하지만, 과거엔 판·검사를 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 구조였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로펌이 많이 생기고 변호사 업무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 변호사밖에 없었을 뿐더러 법원이나 검찰에서 법률 업무를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판사를 하고 나서 변호사를 하는 구조가 됐다.”

 

- 현재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유튜브 시작 계기가 궁금하다.

“딸이 나보고 다른 사람처럼 은퇴한 뒤 책을 쓰는 자서전 활동보다 유튜브로 경험담을 알리라고 했다. 책은 글을 다 써야 출판이 되고, 요즘엔 책을 보는 사람도 적어 그 내용에 대해 누군가 코멘트를 남길 수도 없다. 그러나 유튜브는 하나하나 영상을 찍으면 그 내용에 대한 댓글이 달리니까 많은 사람이 시청할 수있고 그들의 반응도 볼 수 있어서 좋다.”

 

- 유튜브 수익 창출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수익 창출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 영상들을 누가 보겠나 하고 신청을 안 했다. 또 영상은 짧아야 보게 되는데 이 영상에 광고까지 넣기도 불편하겠다 싶어 차라리 수익 신청을 안 하고 있다.”

 

- 유튜브 영상의 아이디어는 언제 구상하고, 선정 절차가 따로 있는지.

“아이디어는 평소에 늘 생각하고 있다. 새로 나온 판례, 법률 기사, 법률 잡지도 찾아본 후 그중에서 소개할 만한 법률 상식이 있으면 영상 아이디어로 선정하는 편이다. 또한 내가 겪었던 법조계 에피소드들도 소개한다.”

 

-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꼭 알아두면 좋을 법조 상식이 있다면.

“요즘 일반 민·형사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친족법이나 상속법, 몰래 녹음하는 경우의 위법 상황도 알아두면 좋다. 특히 요즘 들리는 전세 사기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전세 제도 자체가 광범위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기에 외국의 대책은 참고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이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현실이다. 전세, 부동산 소유자, 저당권자 등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결합해 있다. 대학생들이 이러한 분야의 법조 상식을 알고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대법관, 유튜버,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제 목표를 정해서 살 나이는 지났다. 다만 남은 생은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건강이 허락하면 좀 더 좋은 콘텐츠를 갖고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족들의 안식처가 돼주고, 주변 친지나 친구들과 어울려서 서로 간에 힐링이 되는 남은 생을 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시간의 변화라는 건 항상 빨리 온다. 우리는 변화에 맞춰서 자세와 능력을 잡아야 하는데 이런 변화를 예측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어느 분야든 남 하는 걸 따라 하기보단 내가 하고 싶고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연마해라. 10년, 20년 지나면 좋던 시절이 다 없어지고 할 일도 없어져 남은 인생을 힘들게 보내는 사람이 많다. 오늘날은 직업도 매우 많아졌으니 본인과 맞는 아이템을 찾아서 연구하고 개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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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stzer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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