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이하 우-러) 전쟁은 필자에게 큰 충격을 줬다. 국제법상 용인되지 않는 무력 사용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반(反)국제법적 행위를 저질렀다. 미국, 러시아, 영국 삼국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고 있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이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에는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존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해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니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법을 더욱 엄수해야 할 책무가 있는 러시아는 이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오히려 ‘자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무력 사용을 정당화했다. 러시아에 비해 군사적으로 열세에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른 미국 등 서방세계의 도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하는 서방세계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군사적 지원은 미미했다.
이처럼 냉혹한 국제질서의 양상을 통해서, 국제사회는 ‘힘’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과 국가 간 조약이나 각서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종잇조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냉전’이라 명명되는 현 시점에서 동아시아는 세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특히, 그중 한반도는 화약이 터지는 첫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러 전쟁에서 보듯 모든 국가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또한 평화는 강력한 ‘힘’에서 올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敵)도 없다.” 영국 외교사를 대표하는 파머스톤이 국제정치에 대해 한 말이다. 이처럼 냉철한 국제사회 속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방법은 스스로를 지킬 힘 ‘강력한 자주국방’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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