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안캠퍼스에서 러시아어학을 전공하는 단국이(22·가명)는 오늘도 교류 수강을 위해 왕복 5시간이 넘게 걸리는 죽전캠퍼스로 출발한다. 학교-천안역, 천안역-수원역, 수원역-죽전역. 전철만 최소 세 번 갈아타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캠퍼스 간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캠퍼스 간 이동을 도와주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교직원과 교원 대상이어서 재학생은 탑승할 수 없다. 사실 교류 수강을 하고 싶어도 수강인원이 부족해 수강 신청에 실패한 다른 교류수강생들에 비하면 단국이는 ‘행운’일 수도 있다. 단국이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 대학은 원 유니버시티(One University), 투 캠퍼스(Two Campus)를 표방했는데 두 캠퍼스 간 교류는 왜 원활하지 않을까. 정녕 하나의 대학이 맞는 것인가.

#2. 죽전캠퍼스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단신이(21·가명)는 교류 수강을 중도에 포기했다. 천안캠의 어학 수업을 듣고 싶어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도 마다 않고 이번학기에 수강신청을 했다. 하지만 막상 죽전캠을 출발해 두 번의 환승을 거쳐 두정역에 도착해도 학교까지의 버스 배차 간격이 20분이나 됐다. 게다가 한꺼번에 학생들이 버스에 몰려 탑승을 하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전철 시간을 다 계산해도 버스를 제대로 타지 못하면 수업에 지각을 했다. 단신이는 결국 교류 수강을 중도에 포기하기로 했다. 할 수 없이 배우고 싶은 일어는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셔틀 없어 교류수강생 0.36% 불과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과 우리 대학 포털 VOC(Voice Of Customer)에서 양 캠을 오가는 셔틀버스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현재 있는 캠 간 버스가 학생들이 아닌 오직 교직원만을 대상을 한다는 점이다. 양 캠퍼스를 직통으로 오가는 셔틀버스 등 교통수단이 없어 학생들이 큰 불편과 불만을 호소한다. 
현재 교류수강생은 전체 재학생 대비 0.36%다. 천안캠에서 죽전캠으로 교류 수강하는 마호성(스페인어2)씨는 교직원 전용 통근버스에 대해 “교류수강생 수가 많고 통학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이 많은데 버스가 교직원 전용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교류수강생 A씨는 “통학에 평균 5시간 이상 걸리는데 학교 측은 학생들을 위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편해했다.  

이에 본지는 지난 9월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류수강생 39명과 교류 수강을 포기한 재학생 30명 등 총 69명을 대상으로 교류 수강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류 수강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30명의 재학생 중 대다수는 캠퍼스 간 셔틀버스 부재, 긴 통학 시간, 교통 불편 등을 3대 포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교류수강생 B씨는 “교류 수강을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 오고가느라 하루를 다 날린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의 ‘교류 수강의 불편한 사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7명의 재학생은 “셔틀버스가 없어 통학이 어렵다”, “수업 정원이 너무 적게 할당돼 복잡하게 시간표를 짜는 게 힘들다” 등의 다양한 애로점을 지적했다.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144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캠 간 셔틀버스가 마련된다면, 교류 수강을 할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 응답자의 64.6%인 93명이 교류 수강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성대·경희대는 수원~서울 셔틀 운행
 학생들이 교류수강의 제1 고충으로 ‘셔틀버스 미운영’ 문제를 지적하자 학교 측은 “셔틀버스에 대한 명칭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천안캠 고준규 총무팀장은 “현재 운행 중인 ‘셔틀버스’는 교직원의 강의와 출퇴근을 위해 계약된 ‘교직원 전용’”이라며  “학생들이 코로나19 이전에 캠 간 이동에 이용했던 버스는 ‘통학버스’”라고 말했다. 그는 “교직원용 캠 간 이동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는 소문이 나 일부 학생들이 탑승하기도 했지만 민원이 제기돼 금지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셔틀버스 증설은 어렵다”고 밝혔다.  

 고 팀장은 “교류 수강은 개인의 선택으로 이뤄진 사안이기 때문에 자의로 선택한 결과에 학교가 맞춰주기는 어렵다. 형평성과 예산이 모두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교류 수강이라는 제도가 있음에도 그에 따른 불편함은 학생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캠 학생팀 정권석 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통학버스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전체 학생의 3%, 2019년에는 2%만 통학버스를 이용했다. 이용하는 학생 수가 적어서 학교 입장에서는 다수의 학생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그 일환 중 하나로 모든 학생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천안,두정역 간 셔틀버스의 증차를 생각해 더 많은 인원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셔틀버스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과 같이 이원화 캠퍼스를 유지하고 있는 성균관대와 경희대는 통학버스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성균관대는 수원과 서울을 오가는 통학버스를 평일 기준 하루 6회 운영하며 재학생의 통학을 책임지고 있다. 성균관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총학생회 등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학교 측에서 수요를 파악하고 노선을 확대해 나갔다”며 왕복 시스템의 정착 배경을 설명했다. 성균관대 측은 “수원과 서울 캠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배차시간 별로 만석일 정도로 학생들의 수요가 많아 운행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의 경우 평일 기준 각 캠퍼스 당 하루 5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학생들에게 1,500원의 이용료를 받아 예산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이원화 캠퍼스를 내건 두 대학은 재학생의 캠 간 통학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교류수강생 학습권 보장 필요 
교류수강생에게 할당되는 수업 정원도 불만 요소 중 하나이다. 현재 1차 수강 신청 대비 교류 수강 신청 기간에는 제한 인원의 5%가 추가로 열리고 있다. ‘에타’에서는 수강 신청 기간이면 매번 교류수강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교류 수강 중인 유소연(프랑스2)씨는 “해당 전공이 주전공인 학생들로 이미 정원이 다 찼다면 꼭 필요한 전공 강의여도 수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류수강생 D씨는 “적은 수강인원으로 경쟁률이 치열해 해당 학기에 수업을 듣지 못할까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사팀 관계자는 “교류수강생의 인원수를 학과에서 파악한 후 ▶학과별 교류수강생 인원수 파악 ▶수강 제한 인원 확대 ▶강좌별 제한 인원 오픈 비율 확대 ▶분반 확대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1년에 한 학기에만 개설되는 과목도 교류수강생들에게 큰 부담이다. 학과마다 각 학년·학기마다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모든 필수 전공은 한 학기에만 개설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캠퍼스 간 거리가 먼 우리 대학 특성상 교류수강생들은 한 학기에 한 캠퍼스의 수업을 몰아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류수강생 A씨는 “타 캠퍼스에 다녀올 시간이 부족해 학과의 커리큘럼에 따라 수강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한 학기의 모든 수업을 다른 캠퍼스에서 수강하는 학생이라면, 해당 캠퍼스의 기숙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안 총장 “양 캠 교류 활성화” 공약
이번 학기부터 새 리더가 된 우리 대학 안순철 신임 총장도 “죽전·천안 캠퍼스의 유연한 교류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안 총장은 실행 방안으로 “원격교육 활성화, 계절학기 제도 확대 등을 내걸고 캠퍼스 간 교과목 개설 지원체계 구축 활성화, 교과목 선택권 확대로 학생들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사팀 관계자는 “안 총장의 공약인 만큼 캠퍼스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류수강생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 총장의 공약에 따라 수업 정원 문제로 인한 교류수강생의 불편 사항 개선은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 캠퍼스 간 셔틀버스 운행은 논의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고 있다. 본지 설문에 참석했던 한 교류수강생은 “우리 대학이 정말로 원 유니버시티 맞나요?”라며 “내년 학기에는 개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민승·이다경·이수빈 기자·김준원·박해성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황민승·이다경·이수빈 기자·김준원·박해성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