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바쁜 시민의 다리 ‘버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바쁜 시민의 다리 ‘버스’
  • 신이수·서다윤·김예은 기자
  • 승인 2023.11.07 14:25
  • 호수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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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버스의 하루에 빠지다

Prologue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광역버스’.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에게는 다리와도 같은 존재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대중교통 이용이 회복세를 보이며 광역버스의 이용량 또한 증가하고 있다. 기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서울과 경기지역을 연결하는 광역버스의 하루를 직접 체험해 봤다.
 

가격 올라도 광역버스 타요
1960년대 산업과 기술 발달로 인해 유럽 포함 선진국들의 자동차 보유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의 수요 증가는 개인의 편의성을 높이고 특정 지역의 인구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를 불렀지만, 동시에 교통 체증과 관리비라는 개인의 부담을 높였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물가 상승의 여파는 대중교통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8월 12일 오전 3시부터 서울시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300원 인상됐다. 광역버스 역시 600원 인상되며 시민의 부담은 가중됐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광역버스를 대체할 대중교통의 부재로 인해 매일 아침 다시 광역버스에 오를 수밖에 없다.

운행을 준비하는 최 기사의 모습이다.
운행을 준비하는 최 기사의 모습이다.

기자는 운행에 나서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서울매일버스의 광역버스 기사 최정복(63)씨와 만났다. 31년 동안 광역버스를 운행한 최 기사는 “3년 전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버스 이용률이 줄었으나 종식 선언과 함께 이용 승객이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가 운행하는 9711번은 직장이 많은 상암동과 강남을 지나기에 대부분의 승객이 출퇴근을 위해 버스를 이용하며, 2022년 11월 18일부터 국토교통부의 훈령에 따라 입석이 금지된 후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이 붐벼 항상 만석이다. 그는 “버스 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돼 승객 수가 줄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변화 폭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고양~서초까지 광역버스는 달린다
기자는 기사의 하루를 함께하며 9711번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만나봤다. 차고지에서 출발하는 광역 버스에 탑승해 종점까지 함께하는 일정이다. 출발 전 차고지에서 운전석에 앉아 버스를 점검하는 최 기사의 모습을 시작으로 9711번은 힘차게 바퀴를 움직였다. 운행을 시작하자 곧 승객들이 탑승하며 금세 버스가 붐볐다.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기자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에 비해 시간은 평소보다 더디게 가는 것만 같았다. 같은 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 있으려니 허리와 목이 뻐근하고 엉덩이도 아파지기 시작했다. 주위는 장시간 이동 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잠을 청하는 승객들을 뒤로하고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 기사의 뒷모습은 믿음직스러웠다. 버스가 크게 흔들리거나 급정거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불편한 몸과 달리 운행은 굉장히 편안했다.


버스가 노선 중간 지점인 신사역을 지나자, 출퇴근 시간이 아닌 오후 3시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은 제법 많은 승객으로 채워졌다. 매일 아침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김가영(가명·33) 씨는 “버스 요금이 올랐어도 출근을 위해선 광역버스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전 면허가 있어도 출·퇴근 시간대의 도로는 수많은 차로 꽉 막혀 제시간에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의 불편함은 없지만, 이후에도 추가로 버스 요금이 인상된다면 버스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운행이 두 시간을 넘었을 무렵, 버스가 처음으로 멈춰 섰다. 최 기사는 “여기서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종점까지는 갈 수 없다”며 기자에게 화장실을 안내했다. 버스에 두 시간가량 앉아만 있었음에도 힘듦을 느꼈던 기자와는 달리 최 기사의 얼굴에서는 지친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광역버스, 하루의 시작과 끝
왕복 78개의 정류장을 거쳐 90.5km의 노선을 달린 버스는 차고지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최 기사를 따라 버스에 내리니 CNG 충전소라고 적힌 글자가 보였다. 

버스가 압축천연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버스가 압축천연가스를 충전하고 있다.

최 기사는 “현재 영업소의 광역버스는 전부 CNG 버스로 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CNG 버스는 고장률이 현저히 낮고, 버스의 노후로 인한 고장을 이외의 문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CNG는 ‘천연가스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한 압축천연가스’로 경유나 휘발유 차량과 비교할 때 매연이나 미세먼지가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친환경 정책과 함께 도입을 독려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며 CNG 버스를 보유한 회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충전을 마친 버스는 차고지로 회귀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나자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앉아 있던 탓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힘든 기색 없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최 기사에게 이후 일정에 관해 묻자, “지금부터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 운행을 나가는 19시20분까지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 기사에게 31년 동안 버스 운행을 한 소감을 묻자 “다가오는 11월이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쉽다”며 “버스 운행을 하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버스 기사로 재직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기자는 일상에서 광역버스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이용했지만 차고지부터 종점까지 광역 버스 운행 노선 전부를 직접 이동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도시를 넘나들며 도시와 시민을 이어주는 광역버스 기사들은 승객들의 편안한 이동을 위해 굳건히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경로를 돈다. 버스에 승객이 올라탈 때마다 따듯한 인사를 건네는 최 기사를 보며 기자는 차들로 가득 찬 삭막한 도로 위에서 온정을 느꼈다.

 

Epilogue
1가구 1자가용 시대를 넘어 이제는 1인당 자가용 한 대 시대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자가용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시민들이 갈 수 있도록 발이 돼주는 버스는 교통수단계의 ‘스테디셀러’이다. 그 뒤에는 우리의 일상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경로를 경유하는 버스 기사들이 있다. 오늘만큼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우리의 다리가 돼주는 버스와 버스 기사에게 온정을 먼저 베풀어 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 누군가의 따듯한 손길이 더욱 반가워지는 추운 겨울이 오고 있으니 말이다.

 


신이수·서다윤·김예은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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