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이렇게까지 안 써질 수 있는가. 편집계획서의 주간기자석 담당에 기자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그러나 원고 마감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지금, 기자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한 채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이 정리되지 않아서인지, 기자의 얼굴이 신문에 실린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여전히 백지인 원고지만 바라보며 잘 쓰고 싶다는 욕심만을 가질 뿐이다.
단대신문에서 취재부 기자로 일한 지 8개월이 됐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어떤 말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문득 단대신문에서의 첫 기억이 떠오른다. 기자는 뮤지컬을 관람한 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보니 모르는 이름으로 문자 하나가 와있었는데, 오후 7시까지 취재계획서를 작성하라는 연락이었다. 이미 오후 5시를 향해가던 시간에 급하게 공연장 아래의 카페로 발걸음을 돌려, 혹시나 해서 챙겨온 아이패드로 두 시간 만에 취재계획서를 작성했다. 이제는 경험이 쌓여 한 시간이면 취재계획서를 완성한다. 거절당할까 떨렸던 취재원 연락과 정기 회의도 시간이 흐르자 어렵지 않게 해내게 됐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아직도 힘겨워 텅 빈 원고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머리를 감싸는 날들이 종종 있다.
지난 1507호의 이유있는 서재에서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 기사를 썼을 때도 마감 당일 아침까지 한 문장을 적지 못했다. 그때 읽었던 도서의 분량이 667쪽이었는데, 방대한 내용 속에서 기사의 방향을 잡지 못해 헤맸기 때문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첫 문장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 문장은 ‘도시의 힘을 안다’였다.
고작 9글자밖에 되지 않는 문장을 적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은 기사의 방향성을 잡게 만들고, 첫 문장만으로 기사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첫 문장만 한참을 고민하다 지쳐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그대로 적었고, 이후 떠오르는 얘기들을 조금씩 덧붙이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문단이다. 만약 기자가 계속 고민만 했다면 이 기사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서야 편집계획서를 보고 떠올랐던 말들을 글로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멋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져서 그런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여러분에게 욕심을 버리는 것을 추천한다. 쓸모없는 얘기는 없애고, 본질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일단 적어라.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박나린 기자 nariri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