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바바브(AVAVAV)를 알게 된 것은 런웨이의 장면(2023년 S/S) 때문이다. 모델이 나오기만 하면 자꾸만 넘어지길래 시선이 갔다. 넘어지는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 곳곳에 돌아다녔다. 그다음 런웨이(2023년 F/W)에서는 모델이 런웨이에 등장하자마자 옷이 찢어지고 뜯어졌다. 다음(2024년 S/S)은 모델들이 옷도 제대로 못 갖춰 입고 서둘러 나왔다 들어가는 모습이 등장했다. 티셔츠엔 ‘No time to design’이라고 적혀 있고, 덕트테이프나 포스트잇을 두르고 나오기도 했다.
디자인할 시간도 없다는 문구에서 숨 가쁜 현대사회와 그에 맞춰 흘러가는 패스트 패션이 떠오른다. 런웨이에 등장하자마자 찢어지는 옷은 구입과 동시에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과소비의 시대를 연상한다. 의류와 패션을 둘러싼 동시대 세상의 모습을 꼬집는 듯하다. 그러나 아바바브(AVAVAV)를 보고 내가 가진 물음은 브랜드의 의미에 있다.
패션 브랜드는 옷을 파는 곳이다. 그런데 왜 테이프로 몸을 두르는 등 옷이 아닌 것들이 등장하고, 걷기만 해도 찢어지는 옷들을 보여주는가? 브랜드의 목적은 상품의 판매임에도 아바바브(AVAVAV)의 런웨이에는 상품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상업이 브랜드의 본질이지만, 옷을 팔겠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아바바브(AVAVAV)는 방식은 숏폼의 시대와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넘어지고, 찢어지고, 엉망진창인 패션쇼를 연출하는 것은 얼마나 파격적인 퍼포먼스인가? 영상을 단 3초만 보았음에도 아바바브(AVAVAV)를 기억하게 됐다. 브랜드의 상업적 본질은 지워졌지만, 브랜드가 얻은 상업적 효과는 분명하다. 바로 인지도다.
이처럼 시장의 전략은 교묘해졌다. 이제 상업은 가릴 수 있다. 백화점은 물건의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지 않는다. 예쁘게 꾸미고, 행사를 열고, 전시를 기획하며 그저 방문만 유도한다.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백화점은 소비자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붐비는 백화점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그렇게 우리는 소비에 무감해진다.
쾌락의 극대화를 위해 불편한 지점을 지우는 데 탁월한 시대가 됐다. 마케팅과 홍보라는 말 대신 브랜딩이 쓰이면서 우리는 ‘자기 어필’ 뒤에 숨은 자본주의적 의도를 포장하게 됐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도파민’이라는 용어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셈이다. 감각의 자극에 쉽게 주의를 빼앗기고 익숙해진다. 물론 세상의, 또는 패션의 상업적 측면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눈을 가릴 필요도 없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또 소비해야 할지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