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 유영훈 기자
  • 승인 2023.12.05 15:19
  • 호수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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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기 유영훈 취재부장 퇴임의 변

단대신문에서 처음 기획 회의를 했던 때가 아직도 너무 생생합니다.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퇴임의 변을 쓰는 날이 오니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처음 하는 기획회의 날 느낀 감정은 정말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말 큰일 났다.” 신문사를 퇴임하는 그 날에 대한 기대 없이 앞으로 신문사에서 어떻게 많은 일들을 해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걱정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학기, 일 년간 제가 할 일에 몰두하여 미친 듯이 삶의 틀 안에 단대신문을 넣고 지내다 보니 오늘 같은 퇴임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취재의 방식과 방법과 같은 1차원적인 것은 물론 힘들거나 피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피하지 말고 부딪혀야 해결된다는 그 중요한 사실 역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배우며 항상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체로는 슬프거나 화나거나 힘들었습니다. 매 호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건들이 생기고 인력이 부족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등 다사다난했고 스스로에 대한 불신도 생겼습니다. 저 자신에게 단대신문은 기자 체험이라는 간단한 말로 일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라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은 어떤 일에 미친 사람처럼 끈질기게 집중하고 몰두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너무 힘들 때마다 스스로 되새기던 말입니다. 기획 회의부터 취재, 기사 작성, 첨삭, 조판까지 단국의 이야기를 신문에 담아내기 위해 개인 시간은 사실상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단대신문 홍보 포스터를 보던 때로 돌아간다면 다신 고민하지 않고 신청할 겁니다.


신문사에 들어와 처음 기획 회의를 하던 순간, 정기자가 되던 순간, 방학 중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했던 순간, 부장이 되었던 순간이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습니다. 1학년 1학기 입학 때부터 2학년 2학기까지 저의 단국은 단대신문이었습니다. 


항상 많은 부분이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많이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신 선배, 후배, 동기 기자들께 정말 고맙고 미안합니다. 제가 좀 더 역량이 됐다면 단대신문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1490호부터 시작돼 1511호까지 진행된 저의 단대신문은 여기서 끝나지만 앞으로 남은 기자들께서 단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그 가치 있는 일을 계속 잘해주실 것을 알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수습기자, 정기자, 총무부장, 취재부장까지. 단대신문에서 보낸 지난 2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미쳐있는 시기였습니다. 지금까지 단대신문 82기 유영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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