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명… 아기 울음소리 ‘뚝’
출산율 0.7명… 아기 울음소리 ‘뚝’
  • 황민승·이용현·김연희 기자
  • 승인 2023.12.05 15:01
  • 호수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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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를 가다

Prologue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 농어촌의 초등학교는 인구절벽의 부작용을 최전선에서 경험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학생이 없어 폐교된 학교만 전국 3,922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자는 폐교 위기 학교의 실태를 파헤치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이포초등학교로 취재를 떠났다. 

 

여주시에 위치한 이포초등학교 전경이다.
여주시에 위치한 이포초등학교 전경이다.

인구 절벽의 시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인구 위기를 실감하는 것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내세우던 출산 억제 정책의 시대에서, 인구 절벽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40%가 감소했고, 국내 총인구도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시 약 50년 뒤 우리나라 인구는 3800만 명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구절벽을 가장 먼저 실감하고 있는 곳은 농어촌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후, 농어촌의 대다수 구성원의 연령층은 높아졌다. 기자가 향한 여주의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 역시 과거 250명의 학생 수를 자랑하던 때와 달리 현재는 11명의 학생이 전부였다. 기자는 하호분교로 향하기 위해 농촌의 비탈진 길을 따라 마을 깊숙이 들어갔다. 


신입생 없는 이포초등학교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 교사 2명이 각각 3·4학년 학생 4명과 5·6학년 학생 7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등교 시간이 되자 11명의 아이들이 잇따라 도착했다. 아이들은 순수한 모습 그대로 기자를 반겨주었다. 이후 이포초등학교의 1·2교시가 시작됐고 수업 중인 교실의 풍경은 과거 기자가 경험했던 초등학교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큰 교실에 4~5명만의 학생들과 교사 1명만이 존재했다. 적은 수의 학생이기에 선생님과의 교류가 많고 참여도도 높았지만 아쉬움도 존재했다. 박도영(12) 군은 “복식수업 형식이기에 다른 학년이 수업할 때 궁금한 것을 바로 물어볼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강경호(55) 교사는 “학생 수가 적어 수업의 활기가 떨어진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80분의 수업이 끝나면 3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아이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놀이를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을 보내는 박군은 “친구가 적어 가끔 다퉈도 다른 친구들과 놀 선택지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3·4교시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급식실로 향했다. 급식은 비교적 규모가 큰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배급받아 배식하고 있었으며, 배식은 과목 담당 선생님 두 분과 급식 아주머니까지 총 세 분이 함께 담당했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작은 교육 환경의 특별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교생이 모인 이포초의 급식시간이다
전교생이 모인 이포초의 급식시간이다.

위태로운 소규모 초등학교
점심시간 후 학교 근처를 둘러보니 대부분 산과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생태 중심의 학습 환경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도심 속 위치한 학교와의 차이점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기자가 5·6학년 학생들에게 이포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나 편의점이 어디쯤이냐고 묻자, 박군은 “차를 타고 5분은 가야 한다”며 걸어가기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수업이 끝난 후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박도영 군의 어머니 여은선(48) 씨 또한 “지역에 전 연령대가 있어야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어른들만 계시면 다른 지역과 더불어 사는 게 쉽지 않다”며 “부모 세대와 조부모 세대가 함께 사회를 구성해야 우리나라의 흐름에 발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경제 논리로 무작정 학교를 통폐합 하는 것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불리는 ‘교육’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 다각적으로 봤을 때 하호분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러나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하호분교만의 특별한 교육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그 ‘명분’이 사라지는 것 또한 분명하다.

 

미래를 밝히기 위한 노력 
서울시는 지난 9월 1일부터 ‘서울형 산후조리경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저출산을 해결할 타개책으로 출생아 1인당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례없던 저출산의 심화로 저출산 해결책도 힘을 못 쓰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불어 올해 수도권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는 114명으로 추려졌지만 임용 대기 중인 후보자는 119명으로 서울에서는 평균적으로 15.6개월을 대기해야 임용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일자리조차 잃게 된 상황이다.


임용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임용시험 선발인원도 감소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교원의 수급계획 또한 악화돼 교사의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난 농어촌 지역에서는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폐교되는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먼 거리를 통학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출산율 감소는 연쇄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출산율 감소는 학생 수의 감소를, 학생 수의 감소는 초등학교의 감소를 불러와 우리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또한 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교육수요에 따른 기초학력 보장이 시급하다. 인공지능(AI) 등의 새로운 교육 니즈를 증가시켜 줄 수 있는 여건 또한 없어 지역별 교육 편차의 문제도 심화된다.


학령인구 급감과 디지털 기술의 성장으로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미래 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작년 7월 21일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설치됐다. 국교위는 중장기의 교육제도와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자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념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Epilogue
하호분교는 인구 절벽의 현실에도 당당히 맞서고 있었다.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하호분교를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하호분교의 특색 있는 교육 과정과 여건 속에서 이곳의 아이들이 빛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줄고 있는 현재, 이들의 노력 역시 인구 절벽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발전된 교육 여건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아이들이 없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황민승·이용현·김연희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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