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제로’의 사회를 향해, ‘쓰레기 제로’의 지구를 향해
‘쓰레기 제로’의 사회를 향해, ‘쓰레기 제로’의 지구를 향해
  • 박정윤·이다경·송지혜 기자
  • 승인 2024.03.05 14:16
  • 호수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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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Prologue
환경 문제로 인한 인류의 생존 위협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자원 고갈·대기 오염 등 다양한 환경 문제들이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라는 사회 키워드 속에서 부상한 소비 트렌드가 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다 .

 

지금 우리는 ‘쓰레기가 되는 삶’을 산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활동이다. 사회가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의 쓰레기 배출량은 Zero에 수렴하지 않는다. 2020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99.51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매년 사용하는 종이컵만으로 1억6000만㎏의 탄소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자동차 6만2201대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해양쓰레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22년 해양쓰레기 수거량이 12만6035톤으로 2014년 7만6849톤 대비 1.6배 증가다. 아름다운 바다가 점점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무엇보다 쓰레기 ‘Zero'의 움직임이 시급하다. 이 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Zero'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들을 찾아갔다.

 

쓰레기 없는 세상의 시작, 제로웨이스트
기자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앞서 관련 제품을 둘러보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나아지구’를 방문했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천연비누와 플라스틱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목재 소재 CXP 텀블러 등이 진열돼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단일소재로 제작돼 있었으며, 다회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제품들 외에도 종이 팩 되살리기 함과 세제 리필 통, 텀블러 기부함 같이 인근 주민들이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용 장치도 있었다.

 

곰 인형으로 접힌 장바구니와 종이 팩 되살리기 함이다
곰 인형으로 접힌 장바구니와 종이 팩 되살리기 함이다

‘나아지구’ 점장 김요한(31)씨는 “기후 위기는 기후 불평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기후 문제로 고통받는 이웃을 돌보자는 마음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층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로웨이스트샵인 ‘바람가게’ 관계자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그는 “우리의 소비가 지구를 위한 소비가 돼야 하고, 그 소비 방법의 하나가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텀블러 기부함이다.
텀블러 기부함이다.

한편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은 모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가게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자유경쟁 체제에서 소비자가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차지하는 상품을 찾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환경만을 바라보며 시작한 사업이지만, 닥쳐오는 어려움들로 인해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은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 문제는 올해 갑자기 떠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적고, 환경운동가들은 외롭다. 그들은 “이제 우리가 함께 부지런히 ‘실천하는 관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기자가 탑승한 제로웨이스트의 물결
기자는 제로웨이스트의 물결에 직접 탑승해 봤다. 설렘, 불안한 마음과 함께 ‘나아지구’에서 구매한 샴푸 비누를 꺼내 사용해 봤다. 샴푸 비누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과 기능상의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손바닥보다 작은 샴푸 비누였다. 작은 샴푸 비누를 사용해 보니 욕실 구석에 있는 큰 플라스틱 샴푸 통이 너무나 비효율적임을 깨달았다. 

 

다음으로는 깊숙한 곳에 넣어두기만 했던 손수건을 꺼내 가지고 다녔다. 처음에는 손수건의 존재를 망각하고 핸드타월을 뽑아서 손을 닦은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반복하니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가 됐다. 외출 전 손수건을 챙기는 것도 일상의 한 부분이 됐을 정도로 제로웨이스트의 삶에 녹아들었다.

 

기자는 제로웨이스트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자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했다. 기자는 쭈뼛쭈뼛 식당으로 들어가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가게 직원은 “직접 용기를 가지고 포장하러 오는 경우는 잘 없었다”며 흔쾌히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줬다. 총 세 군데 정도의 카페와 식당을 방문했지만, 기자의 요청을 거절한 가게는 한 군데도 없었다. 나서서 부탁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제로웨이스트에 먼저 다가간다면 배달 음식 혹은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해 나오는 쓰레기는 Zero에 수렴할 것이다.

 

일주일간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끝으로 전/후 쓰레기 무게를 비교해 봤다. 생활 전 1.3kg, 실천 후 700g으로 약 600g의 쓰레기가 줄었다. 한 달로 생각하면 약 2.4kg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결과였다. 쓰레기가 늘지 않는 것이 눈으로도 보이기 때문에 뿌듯함은 덤으로 느껴졌다.

 

제로웨이스트 트렌드는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한 챌린지나 도전에 불과한 것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제로웨이스트 역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그룹 ‘위드컬처’의 컬처 트렌드 연구소는 올해의 트렌드로 ‘Zero’를 지목했다. 시간과 자원 모두를 낭비하지 않는 소비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텀블러 사용, 장바구니 사용 등을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그린워싱’이라는 새로운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은 기업들이 에코백, 텀블러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며 실제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친환경적 이미지를 내세워 매출을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올해의 제로웨이스트는 대량 생산에서 대량 소비, 그리고 대량 폐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흐름 자체를 바꾸는 일에 목적을 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은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기자는 새로워진 제로웨이스트를 경험하기 위해 업사이클링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다. 경기도 의왕시의 ‘마켓 발견’에서 진행하는 자원순환 및 업사이클 활동 지원에 참여를 신청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원봉사자 두 분과 마켓 발견의 김재희(54) 실장이 기자를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마켓 발견의 ‘몬스터 가방 만들기’ 체험 팜플렛이다.
마켓 발견의 ‘몬스터 가방 만들기’ 체험 팜플렛이다.

간단한 사전 설명 후 진행한 봉사활동은 중고 액세서리와 각종 잡동사니를 분류하는 일이었다.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판매될 수 있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 부품으로 사용할 물건을 정리했다. 골라내진 상품은 플리마켓 등의 행사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난다. 처음에 기자는 어떤 물건이 온전하고 어떤 것이 판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에 어려웠다. 하지만 물건을 구매자의 마음으로 바라보자 한층 객관적으로 물건을 분류할 수 있었다.

 

다음은 부품으로 사용할 물건을 해체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연장을 사용해 목걸이를 자르고, 칸이 나눠진 상자에 분리해 정리했다. 김 실장은 “분리된 부품은 마켓 발견의 다른 활동에서 업사이클링으로 활용된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마주한 물건들은 폐의류 자원화 과정에서 꾸미는 용도로 사용되거나, 새로운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손을 거친 물건과 물품이 다시 또 누군가의 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새삼 놀라운 기분이 들었다. 

 

Epilogue
“지구가 아파요.”라는 말은 이제 고리타분한 말이 됐다. 환경 문제가 당장 내일 우리의 문 앞에 닥치는 재앙이 아니듯,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 제로웨이스트는 지구와 우리의 삶 모두 건강하게 바꿔줄 수 있는 한 줄기의 희망이다. 사소한 우리의 노력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Zero로 채워보자.

 

 

박정윤·이다경·송지혜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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