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막고 자연녹지를 보존하고자 1971년 도입됐다.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전 국토의 5.4%에 속하는 5397㎢가 그린벨트로 지정된 것이다. 당시에도 재산상의 피해를 본 토지 소유자들이 들고 일어났지만 그린벨트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땅 곳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완전한 과거형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그린벨트의 위치가 다시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방 그린벨트 해제 계획과 서울시의 그린벨트 개정 계획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린벨트. 썰리느냐 마느냐, 본지가 추적해 봤다.
그린벨트, 익숙하고도 멀다
개발제한구역은 무분별한 도시의 확대를 막고 도시 주변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우리에겐 개발제한구역 보다는 그린벨트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다. 우리나라는 1971년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도입했다. 그린벨트는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3조에 따라 도시민의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함이나 보안상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때만 지정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목적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허가권자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을 경우에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1971년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러 번의 개정을 지나왔다. 서울과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에는 여수 권역까지 8차에 걸쳐 14개 도시 국토의 5.45%를 그린벨트로 지정했다. 하지만 당시 구역을 지정하는 데 이미 개발된 곳이 포함돼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1990년에는 ‘도시계획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해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에도 1999년 근린시설 신축 허용, 7개 중소도시 권역 그린벨트를 해제하며 정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의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 왔다.
환경 보존과 경제 논리의 줄다리기
정부는 지난 2월 21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농지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지방 그린벨트 대폭 해제 계획’을 내놓았다. 계획에 따르면 지역 경제 활성화, 특화산업 육성 등을 위한 ‘지역 전략사업’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개발이 금지된 환경평가 1·2등급 구역의 그린벨트를 풀 수 있게 된다.
지방의 그린벨트 해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에 1997년 7월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이 완성됐고, 1998년 헌법재판소는 토지 재산권 과도 침해와 보상 규정의 부재를 이유로 도시계획법 21조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춘천, 제주, 여수, 청주 등의 도시에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된 바 있다.
반면 서울시의 그린벨트 조정 및 해제는 1971년 최초 지정 이후 53년 만이다. 시는 이달 6일 ‘개발제한구역의 효율적 관리활용방안 마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는 149.09㎢ 면적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서초구 23.89㎢, 강서구 18.91㎢, 노원구 15.9㎢를 포함한 19개 구에 시 전체 면적의 24.6%에 해당하는 그린벨트 구역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곳으로는 강남구 수서차량 기지와 김포공항 혁신지구 대상지 내 일부 지역이 있다. 두 지역 모두 시에서 개발하고자 했으나, 그린벨트 지정 구역이 일부 포함돼 해제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팀장은 해당 계획이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특히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논의의 경우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발전 역량이 집중된 현 상황을 가속화하고 장부가 주장하는 지역 균형 발전 전략과 정책적으로 대치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의 그린벨트 해제는 “가시적 경제 이익보다 향후 국토 환경 보전 및 복원의 손해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역시 언급됐다. 한국 또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증진을 위해 국토의 30%에 해당하는 면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되려 기후 위기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린벨트 3배 많아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그린벨트 면적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그린벨트 면적은 2000년 5386㎢에서 2016년 3854㎢로 28.4%가 감소했다. 영국은 1997년 1만6523㎢에서 2017년 1만6347㎢로 별반 차이가 없다. 전체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3.84%에 해당하며 영국은 13%로 약 3배 차이다. 독일의 경우 자연침해조정제도를 통해 개발로 훼손되는 만큼의 숲과 농지를 다시 만드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 사례와 현저한 차이에 대해 김현수(도시계획·부동산) 교수는 “대학 입시 제도가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법이 다르고 국민들의 불이익에 대한 저항감도 달라서 그렇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정부가 계속 규제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녹지 보전도 시대의 흐름 탄다
그린벨트 해제에 환경단체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래에 물려줘야 할 우리의 생태계를 함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12일 국무회의에서도 ‘제5차 국가 생물 다양성 전략'(2024~2028년)을 의결했다. 2030년까지 자연 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30%로 늘리고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최영 서울 환경연합 도시생태팀 팀장은 “과도하게 지정되거나 잘못 지정된 구역은 이미 20세기 말에 대부분 개정됐다”며 “이미 많은 부분을 해제한 상태”라고 말했다. 추가로 그는 “그린벨트는 개발이 제한된 상태로 50여 년간 유지돼 보다 자연성과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이라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서 함께 그린벨트 보전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벨트 제도가 50년 전부터 굳어진 제도인 만큼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좁은 우리나라 땅에 엄격한 제한으로 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입 맞춰 말하고 있다. 특히 서초구 식유촌마을, 탑성마을, 송동마을은 집단취락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막혔지만,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린벨트의 의미가 퇴색됐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로 농업 생산성을 향상하고 농촌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스마트팜, 농촌 체류형 쉼터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서울 인구 500만, 경기 인구 500만이던 50년 전 만들었던 그린벨트를 이렇게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며 “환경 처리 기술이 좋아지고 있고 개발에 대한 기준을 유연화해서 그린벨트의 형태가 도시적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시 확산 억제뿐만 아니라 공익성, 친환경성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토지를 활용해 지방 소멸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pilogue
도시의 무분별한 발전은 환경을 해치고 개발을 제한하자니 지방의 쇠락과 주거 환경의 악화가 우려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경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남은 세대들이 이뤄갈 큰 과제이다.
이수빈·이다경·박정윤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