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볼 틈도 없이 빠르게 12회의 발행이 지나갔다. 이제야 지금껏 써 온 기사들을 살펴보며 이 칸을 채울 소재를 떠올리고 있다. 단대신문 기자가 된 후로 맞지 않는 옷에 내 몸을 맞춰가는 듯했고, 여전히 맞춰가는 중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샀던 옷을 직접 입어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처럼 기자라는 직업을 늘 바라왔지만, 수많은 고난을 마주했다. 하지만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는 도전들이 꿈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묵묵히 이겨냈던 것 같다.
1513호 본지 12면에서 53년 만의 변화를 맞게 될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다뤘다. 서울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이 얼마나 커질지 몰랐던 70년대에 정해둔 제도의 유지는 세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몸집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은 버리고 새 옷을 사 입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보전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53년 동안 커가는 몸집에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입고 있었던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1면에서는 양 캠 기숙사에 몇 년간 방치되던 공간에 변화가 생기는 것에 대해 다뤘다. 기자는 기숙사 생활 3년 차로 이제는 집처럼 편해진 기숙사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생활관 행정팀에 전화를 걸었다. 이때 이제는 ‘기자에 들어맞는 옷을 입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숙사 식당이 있던 공간에 휴게공간과 카페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대해 긍정하는 사람과 식당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사람이 공존했다. 기숙사 측에서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르포 취재로 다녀온 대학가 인쇄소도 마찬가지이다. 인쇄한 종이로 공부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태블릿 PC 하나에 모든 자료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면서 그 이전의 것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이 한남동에 있던 시절부터 함께한 복사점 사장님께서 “시대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기자에게는 ‘더 이상 종이를 인쇄하러 오는 손님이 없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길을 개척하면 된다’는 것으로 들렸다. 이 변화의 갈림길에서 아쉬움을 돌아보고 전망을 살펴보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었다.
꿈에 가까이 가기 위해 단대신문 기자에 도전했고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몰랐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다.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보전과 개발, 기숙사 변화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 그리고 종이에서 태블릿 PC로의 변화와 같이 모든 일에는 겉과 속이 있다. 그 양면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해해서 전달하는 것이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며칠 사이에 새로운 화두가 떠오르고 사라지는 ‘분초 사회’에서 시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분석해 보고 앞으로를 대비하는 것, 어쩌면 이 사회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이수빈 기자 bings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