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떡 먹기’ 관용구로 쓰이는 이 표현은 매우 쉬운 일을 나타내지만, 오늘날 입장에서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눕다’는 “몸을 바닥에 대고 수평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세로 음식을 먹는다면 그 자체가 얼마나 힘이 들까. 사실 이 말에 들어 있는 ‘눕다’는 온돌 구조로 된 방에서 베개처럼 생긴 잠침에 기대어 편하게 쉬는 자세를 취하는 것과 관련된 동사이다. 병원의 침대를 약간 조정해 편한 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 관용 표현이나 속담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자 사고력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 명제는 언어학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장일 듯한데, 언어를 아무리 완벽하게 구사할지라도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자’를 표현하는 ‘처녀’라는 단어는 비교적 널리 쓰이던 말이었으나 성에 대한 관념이 발달하면서 대표적인 성차별 표현으로 규정된다. 요즘은 이 단어를 여성들에게 함부로 쓰면 큰일이 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처음 발표한 작품’을 뜻하는 ‘처녀작’과 같은 말도 같은 차별어 범주에 들어가고, 이와 대립하는 ‘총각’조차도 차별어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흥미로운 것은 「표준어 규정」에서는 아직 ‘알타리무’ 대신 ‘총각무’를 표준으로 삼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회언어학은 언어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 분야를 집합적으로 일컫는 학술 용어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사회 계급 ▶연령 ▶성별 ▶종교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공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명제 자체가 사회언어학 연구의 출발점이다. 다름을 인식하는 것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흔히 말하듯,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즉 ‘차이’와 ‘차별’은 전혀 다른 개념인 셈이다. ‘다름을 인정하되 차별하지 말라’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이자 ‘예의’가 생겨나는 바탕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랜 시간이 경과하고 있다. 예전 세대에서는 특이한 경험에 해당할지 몰라도, 지금은 캠퍼스에서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 영어를 사용하는 유학생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그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의 학생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와 같은 사회변화는 우리의 말과 행동 양식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조와 말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다.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말하기, 수용적인 자세로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 문제나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시대일수록 ‘사랑에 빠지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라는 속담처럼, 이해와 배려의 말하기와 듣기가 필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