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중계, 다재다능 스포츠캐스터
소치 올림픽 경기하며 ‘윤성빈’ 만나
중계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아
KBS, SBS, MBC 공중파 3사에서 모두 중계해 본 스포츠 캐스터는 이 남자밖에 없을 것이다. “이승엽의 피엔 슈퍼스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중계 멘트이다. 국내 야구부터 해외 축구, 올림픽까지 스포츠 중계가 있는 곳이라면 항상 그도 있다. 스포츠 캐스터계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이동근(42) 캐스터를 만났다.
- 우리 대학 동문인데, 대학교 시절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교수님의 관점에서 본다면 형편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노는 데 많이 집중했다. 우리 학교보다 다른 학교에서 지낸 시간이 더 길었다. 학사경고를 두 번 받았고, 졸업 학점이 2.63이었다.”
- 스포츠캐스터가 되겠다 확신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고를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일반 기업에는 취업이 안 되는 학점이라 방송국 또는 언론사 시험을 봤어야만 했다. 취업 준비를 같이하던 친구들이 목소리가 좋다고 스포츠캐스터를 추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진로를 확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매력적이어서 끌렸다. 힘든 적은 있었지만,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이게 확신이라면 확신인 것 같다.”
- 첫 번째 직장으로 MBC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가장 존경하는 한명재 아나운서가 당시 MBC 스포츠플러스에 있었다. 그분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던 기억이 있다. 언제나 나에게 우물 같은 영감을 주는 분이다.”
- 스포츠캐스터 시험,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남자 스포츠캐스터 시험은 100% 중계 능력으로만 평가된다. 해설자 없이 스포츠 경기 영상을 틀어두고 몇 분 동안 중계방송을 시킨다. 중계방송할 때 잠재력을 인정받고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 경기 하이라이트 더빙, 야구 현장 중계, 해외 축구 중계 등 다양한 중계를 맡아왔다. 그때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해외 축구는 보통 새벽 중계이다. 그때 스스로 졸고 있는지도 모르고 15분 동안 진행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졸면서도 중계하고 있었다.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들의 덕목 중 하나는 체력이라는 말이 있다. 해외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는 기본 4시간, 올림픽은 8~9시간 정도를 중계한다. 첫째도 체력이고 둘째도 체력이다.”
-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중계를 하면서 뜻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아주 소중한 기억이 하나 있다. 이 당시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게 될 윤성빈 선수를 처음 봤다. 당시엔 입상도 하지 못했는데, 당당한 태도와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를 보고 나중에 더 크게 될 사람이란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또 내 몫의 중계를 마치고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연기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받고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세계 기록이 나오는 순간은 꼭 본인이 현장에 있다는데.
“한 대회에서 하루에 스피드 스케이팅 세계 기록이 다섯 번이 나온 적이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한 대회였는데, 고지대라 공기 저항을 많이 안 받았다. 또 스피드 스케이팅은 6차 월드컵까지 진행해 매우 많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처음 세계 기록이 깨지는 순간은 짜릿했지만, 마지막엔 지쳤던 기억이 있다.”
- 2021년 V리그 중계에서부터 지금까지 배구 팬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중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는지.
“중계마다 캐스터들이 접근해야 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배구는 정해진 규격안에서 6명의 선수가 플레이하는 단순한 스포츠지만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배구의 청량한 스파이크는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데, 스파이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샤우팅이다. 내가 배구 중계를 시작한 당시 샤우팅이 많은 캐스터가 없어서 내가 하기 시작했다.”
- 2022년 KBS로 이적하며 지상파 스포츠 채널 3사에 모두 몸담았다. 유일무이하고 독보적인 업적인데 소감이 어떤지.
“이런 기록보다는 방송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괜히 주목받았다. 기회가 되면 더 많은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인생은 짧고 기회는 많이 없기 때문에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다.”
- KBS 이적 뒤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이십 세기 힛-트쏭>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예능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예능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원래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라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부터 봤다. 그러다 이직 후 담당 피디와 밥을 먹게 됐다. 그때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얘기하며 ‘내가 하면 더 망가지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한마디를 흘렸는데 그다음 주에 바로 출연 제의가 왔다. 다른 출연진들이 저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많이 도와줬다. 지금은 자리 잡아서 편하게 진행하는 중이다.”
- 앞으로 또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너무 많다. 꿈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연기, 정치, 파일럿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 새롭게 생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신문을 읽는 단국대 학생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요즘 신문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스포츠캐스터는 활자를 읽는 즐거움을 알아야 스포츠 팬들에게 말로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다. 신문 가판대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도 매우 안타깝다. 활자가 거리에 더 활개 쳤으면 좋겠단 바람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반짝거린다는 말이 있다. 이동근 캐스터가 전해주는 중계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반짝거리는 그의 눈에 자연히 감명을 얻게 된다. 항상 온 마음을 다해 방송하는 이동근 캐스터처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쫓다 보면 그 누구보다도 반짝거리는 존재가 되어 있으리라.
우리 대학 재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신문 편집
우리 대학 동문인 이동근 캐스터는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으로 그 당시 제일기획 상무였던 유정근 겸임교수의 신문 편집 수업을 꼽았다.
그는 “스포츠 캐스터가 기사를 작성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글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라며 “나에게 이 수업은 어법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는 최초의 기회였고,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 편집 수업은 이 캐스터가 유일하게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할 수 있는 밑거름을 얻을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현재 유정근 교수는 제일기획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작년에 결혼한 그는 가족들에게 직업을 존중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명인들과 만나고 여러 스포츠 종목에 대해 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그의 직업을 좋아하는 걸 보면 덩달아 기뻐진다고 한다.
이 캐스터는 “평상시에 하는 말과 방송에서 하는 말이 비슷해서, 스포츠 캐스터 이동근과 인간 이동근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계는 대본이 없는 날 것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항상 인간 이동근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계에 열중할 때도 항상 진정성 있게 웃곤한다.
이동근 캐스터는 아흔이 넘을때까지 정년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1981년생. 단국대학교 언론·영상 학사. 2011년 MBC SPORT+ 아나운서로 데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SBS Sports 아나운서로 근무. 2022년부터 현재까지 KBS N SPORTS 아나운서로 근무 중.
손유진 기자 newjeanso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