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상처에 생채기를 내다
무뎌진 상처에 생채기를 내다
  • 송지혜 기자
  • 승인 2024.05.28 14:32
  • 호수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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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 기능은 왜 존재해야 할까. 마감 기한에 맞춰 주어진 기사만 작성하기 급급했던 수습기자 시절을 지나 정기자가 된 이후 기자는 ‘보도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 무엇을 보도해야 하는가, 왜 보도해야 하는가. 기획 회의에서, 취재 과정에서,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왜’ 다뤄야 할까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기자를 맴돈다.

 

본지 1516호 3면에서 ‘기초학문의 위기’를 취재했다. 취업난, 데이터 기반 사회로의 전환 등의 이유로 대학가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던 중에 많은 타 학보사에서 같은 주제로 기사를 낸 것을 확인했다.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자는 고민했다. 타 학보사에서 이미 다룬 기사를 또 다뤄야 할지를.

 

기사를 준비하며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학문이 왜 필요한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불투명한 인문계열 학과들에 대해 정부와 대학이 기초학문 학과 학생들의 길잡이가 돼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자는 확신이 생겼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기사, 화제성 있는 기사를 내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지만, 약해지고 사라져가는 것을 발견해서 기록하고, 알리는 것도 기자가 맡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초학문의 위기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고, 전문가들은 이미 기초학문이 저물어가는 학문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은 사회가 직면한 위기에 무뎌져서는 안 된다. 기자가 위기를 식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 바로 ‘사망선고’다. 기자는 위기가 오기 전, 위기가 되기 이전에 보도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정부와 사회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인색해진다. 여기서 또 한 번 기자의 역할과 보도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고질적이고 무뎌진 문제는 더 이상 다룰 가치가 없는 기사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연 같은 주제로 쏟아져나오는 기사를 영양가 있는 기사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 많이 다룰수록 여론이 형성되고 사회적 힘이 생기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만성적인, 혹은 소외된 문제를 ‘리마인드’ 할 수 있는 보도는 충분히 가치 있는 보도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1학기 마지막 발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더 ‘왜’를 고민하고, 보도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 마땅히 보도해야 할 것을 찾아내는 기자로 종간호를 준비하고 싶다.

 

 

송지혜 기자 songj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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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2024-05-29 11:36:32
가치있는 기사네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