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
  • 김민경(철학3)
  • 승인 2024.06.04 14:30
  • 호수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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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사람은 아마 제목 속 전쟁의 대상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힌트를 드리자면 이 전쟁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승리가 전제돼 있고, 그들은 패배자의 자원을 최대한 뽑아내고자 한다. 예정된 승리자들은 기꺼이 이겼다는 사실을 얻어냄과 동시에 패배하고 말 것이다. 이 전쟁이 무엇일지 알겠는가?

 

이는 인간과 자연의 생태전쟁이다. 인간은 끝없이 자연을 공격한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이 전쟁을 선포했다. 자연이 가진 자원을 이용하는 동물은 많지만-먹고 살아야 하므로-그럼에도 타 동물과 달리 압도적으로 ‘목적에 따라 입맛에 맞춰 무언가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은 이 전쟁을 종결시킬 수 없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고, 끝내지도 않을 전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간을 포함한 자연물의 전체 파멸은 불가피하다. 더 잘 살기 위해 자연을 깎다가 지구상의 자연물과 자연이 줄 수 있는 것이 전부 없어져 버렸을 때, 자연물로서의 인간 역시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쟁에 변화가 없다면 인간의 패배는 예정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생태)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앞으로의 전쟁이 낳는 결과의 변화 단초가 될 텐데, 여기서는 자연이 주는 무조건적인 힘과 은총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자연을 착취 대상이 아닌 기꺼이 베풀어주는 대상으로, 자신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가 없이 베풂 받는 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익 창출을 위한 일방적 관계가 아닌 상생과 조화의 관계로 나아가 장일순 선생님이 제시한 전일적아조직체(全一的亞組織體)를 구축해야 한다. 단순 ‘인간이 더 잘 살기 위해서’라는 피상적 이유로 진행되는 캠페인이 아닌 자연물로서의 인간이 진정으로 자연에 보상할 수 있는 사고와 행동력을 키우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종전 불가능한 종전을 위해, 같은 자연물이 자연물에게 서로 베풀고 은총 받을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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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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