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변론한 피고인 중엔 형사처벌을 받고 나서야 이별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별을 통보하는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이별을 통보했겠지만,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별을 통보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주 전화하고, 집과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은 계속 만남을 시도했고, 이러한 행동이 폭행, 모욕, 협박, 업무방해, 주거침입에 해당하여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
피고인은 20대 남자, 피해자는 20대 여자였다. 사귀던 중 여자가 이별을 통보했고, 남자는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별 통보를 받은 후 남자는 혼자 술을 마시는 날들이 많아졌다.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했지만 여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자가 보고 싶었던 남자는 어느 날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여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남자는 이미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여자는 집 안에 있었다.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여자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지만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자와 말을 하고 싶었던 남자는 여자의 핸드폰을 빼앗았고, 여자는 뺏긴 핸드폰을 다시 되찾으려고 했다. 남자는 여자의 핸드폰을 갖고 집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핸드폰을 되찾기 위해 남자를 따라 내려갔다. 둘은 핸드폰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남자가 핸드폰을 계단 밑으로 떨어뜨렸다. 여자는 경비원을 불렀다. 곧이어 경찰이 도착했다.
필자가 변론한 피고인의 이야기이다. 위 피고인은 주거침입, 폭행, 손괴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이성적으로는 상대방을 찾아가지 말고 혼자 마음을 정리해야 하지만,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은 마음이 힘들어 자꾸 상대방을 찾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면 결국 피고인이 돼 전과가 생긴다.
필자는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변론하면서, ‘사람 마음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찾아가지 말고 혼자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김혜영 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