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2%로 반토막
젊은 의사들 지방의료행 꺼려
진료과 휴진 사례 속출
의대 증원 사태로 더 악화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시급
Prologue
의료대란으로 전국이 타격을 입고 있는 지금, 그중에서도 지방은 의료 공백을 직격으로 맞고 있다. 지방 의료원의 66%는 의사가 없어 휴진에 돌입했고, 높은 연봉을 제시해 전문의를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다. 필수 의료는 물론 의료진 자체가 없는 지방은 매일 위기 속에 있다. 이에 본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의료원 현장에 다녀왔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료원
지방의료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지역 보건의료의 발전을 목표로 설립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의미한다. 현재 전국에는 총 35개의 지방의료원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 주민 건강 복지를 위해 설립된 의료원이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의 66%가량이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휴진하는 등 의료전달체계에 큰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방의료원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방의료원의 병상 이용률은 5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가 2022년에는 43.46%로 떨어졌다. 이로 인한 의료 손익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팬데믹 직전인 2019년 지방의료원의 적자 합계는 1453억원이었으나, 2022년 6005억원으로 적자가 크게 늘었다.
기자가 방문한 강원 영월의료원 서영준 원장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코로나가 종식됨에 따라 정부의 지원금 지급도 중단됐고, 코로나 이전 80~90%였던 병상 가동률이 종식 직후 5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방의료원의 의사 인력난 역시 심각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백령도의 경우 올해 산부인과 의사가 없어 임산부 27명이 정기 점진을 받기 위해 인천 소재 병원을 오갔다고 밝혔다. 백령도에서 인천은 뱃길로 왕복 10시간 거리다. 또 제주에선 연간 1만 4000명 정도가 거주지를 벗어나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이렇게 지방의료원이 소멸 위기에 처한 데에는 지방 인구수 부족 문제가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인구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지방의 열악한 인프라 때문인데, 산업문화 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곧 의료, 교통 등 주민들을 위한 필수 시설들조차 수도권으로 포진되게 만들고 있다. 2020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광역시 주민 95.8%는 자동차로 20분 이내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거주하고 있다. 허나 시군 주민 중에 이 같은 거리에 거주하는 비율은 57.4%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많은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일반 병상을 가동할 수 없었다. 이때 떠나야 했던 일반환자들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많은 의료원이 2020년 이전의 병상 가동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 이용률은 81%였으나 지난해 병상 이용률은 42.9%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한적한 지방의료원의 어려움
기자가 방문한 충주 의료원은 조용했다. 마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의료원의 외관과 반대로, 기자는 한적한 내부에서 지방의료가 맞닥뜨린 암담한 현실을 몸소 체감했다. 충주의료원 윤창규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 전에는 병상 가동률이 80~90% 정도였지만 현재는 30%로 떨어졌다고 한다.
지방의료원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젊은 의사들이 지방의료원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충주의료원은 2년 동안 20명의 의사를 채용했다. 그중 80%가 60대 의사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의사의 평균 나이는 60대이며 30대 의사는 거의 없다. 지방은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지방에서는 못 누린다는 점이 젊은 의사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인력난 해결을 위해 지방 의료원은 수도권 의료원에 비해 높은 연봉을 의사에게 지급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해결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필수의료와 간호사의 부족이다.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에 의사가 최소 2~3명까지는 있어야 하지만 현재 한 명씩밖에 없는 상태이다. 또한 간호사 역시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의료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들은 지방 의료원에서 일을 배우고 익숙해질 때쯤 수도권 의료원으로 떠난다.
지방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가 의료 인력을 지방공공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이다. 지방 의료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차원의 조치들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이 꼭 필요하다. 정부는 그들이 이곳에서 보람을 가지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 원장은 “앞으로 지방 공공의료원들이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그 지역에 필요한 의료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지방 의료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겉도는 정부 의료개혁
정부는 국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개혁을 추진했다. 의료 개혁의 핵심은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확립이다. 정부는 거주지 인근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의료기관 신축과 의사 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2035년 의사 인력 수급이 1만5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정부는 의료계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2025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 확충 계획안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내년 의대 증원에 대비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4877억원을 투입하며, 2030년까지 약 2조원의 재원을 의대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필수의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지난 2월 발표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의해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이 추진돼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과 유병자 전용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반면 보험사에 데이터가 개방되면 의료 민영화가 촉진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 역시 제기됐다.
Epilogue
‘무너지고 깨어지다.’ ‘붕괴’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렇듯 어떠한 상황에도 함부로 붙이기 어려운 절망적인 단어이다. 그러나 인력 수급 체계가 무너지고 병상 가동률에 커다란 금이 간 현재, 지방의료는 말 그대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 우리가 아프면 병원에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자 일상이다.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지방의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최정원·김준원·김승건·한지수 기자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