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보도하고 기록하는 매체다. 그래서 기사를 쓰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주관이나 감정이 개입된 부분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개인의 의견이 가미되지 않은 기사를 쓰는 것은 독자와의 약속이지만,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 작성하는 기사의 온전한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기자는 얼마 전 ‘인공지능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진화하며 AI 기자, AI 앵커 등이 등장해 저널리즘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능과 속도로는 인간을 한참 앞서지만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AI 기자와 맞설 방안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1518호 ‘화요일에 만나요’ 코너를 준비하며 김정호 수의사를 인터뷰하게 됐다. 수의사로서 겪는 고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동물을 위해 안락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도 동물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과 연민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는 답변이 와닿았다. 동물에 대한 애정과 생명을 경시하지 않는 태도는 수의사의 본분이다. 로봇처럼 냉철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해서 그를 비판할 수는 없다.
기자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것만이 본분은 아니다. 취재원과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취재하는 것은 인간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1519호에서 기자는 ‘선배의 직장’ 코너를 맡았다. 선배의 인터뷰만으로 기사의 방향성과 내용이 구성되는 코너이기에,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하는 데에 특히 신경을 쏟았다.
취재원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더운 날씨로 시작해 같은 대학 선후배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터뷰로 이어졌다. 인터뷰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돼서인지 결과적으로 심층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고 기사 작성도 수월했다.
취재의 첫 단계인 취재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풍성한 내용의 기사를 위해 도전정신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기사 마감은 다가오는데 취재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초조해지고, 제때 마감하지 못해 양해를 구해야 할 때도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문법적 오류가 없는 기사를 쓰는 데에는 AI 기자가 더 유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기사가 반드시 좋은 기사는 아니다. 신문은 정형화된 문체를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하기에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자의 취재 과정은 유연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 진정으로 ‘좋은 신문’이란 독자에 대한 이해와 취재원과의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진 신문이다.
저널리즘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가운데, 인간만의 능력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은 현대인의 과제이다. 오늘도 기자는 ‘좋은 신문’을 쓰는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취재원에게 귀를 기울이고 독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한지수 기자 jisoohan51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