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뿐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큰 사건은 없다. 만나야 사연이 만들어지고 희노애락이 싹트는 것이다. 한국치유식품업중앙회 음식맛평가사들은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던 이들이 어느날 문득 인연법에 따라 만났다.
진정한 맛의 구현이 가장 절조있는 멋이라는 세간의 말처럼 요즘 회자되는 K푸드의 세계를 함께 모여 공부해보자는 눈푸른 멋쟁이들이 모인 자리라 하겠다. 그냥 맛난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맛본 음식을 푸드칼럼으로 승화시키는 푸드칼럼니스트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으로 모인 사람들이 어느 날 서울시청 건너편 북창동 골목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음식점의 외관은 작지만, 기품이 느껴졌다. 이달 2일 수요일 정오 한시 경 한가람 가게 문을 밀치니 넓지 않은 식당 홀이 콩나물시루처럼 바글거렸다. 한국은행 담벼락을 타고 걸어오면서 돈냄새가 물씬 난다 했더니 홀안이 손님으로 왁자지껄, 예사롭지 않다. 2층 계단을 올라 작지만 모던한 목조인테리어로 잘 마감된 홀에 아름다운 맛 평가사들의 눈 앞에 하나둘 음식이 차려지고 있었다.
오늘 음식은 예사롭지 않을 듯 한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예사롭지 않은 한가람의 음식을 맛보면서 멋진 푸드칼럼 한 소절 남겨야 하지 않을까. 푸드칼럼니스트들의 예리한 관찰과 맛 평가, 시각 평가, 관능 평가,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 주인장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면서 저마다 멋진 푸드칼럼니스트의 끼를 발산하느라 음식을 사진에 담고 메모하기에 바빴다.
열 사람 열 편의 푸드칼럼이 창작되면서 같은 음식을 보는 시선들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걸 묘사하며, 그 중 무등산 자락 윤동임 푸드칼럼니스트의 글을 옮겨본다.
『게눈 감추면 /윤동임』 옛속담에 게눈 감추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바닷가 게들이 마파람이 불면 서둘러 눈을 감추고 숨어버리는 걸 묘사한 풍경, 비도 오지 않고 바람만 불었을 뿐인데 옆으로 걸어가는 느린 게가 얼마나 빠르게 눈을 감고 숨어버리면, 게눈 감추듯 한다는 말이 생겼을까. 해학적인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위트가 맛난 걸 보면 눈깜짝 할 사이 먹어 치운다는 말이라 하겠다.
그만큼 북창동 한가람 한정식의 음식 맛은 맛나고 담백하다. 그런데 그 맛난 음식을 먹으며 실제로 『게눈감추면』이라는 요리를 시현하다니, 참으로 재미있다. 식도락의 묘미란 이런 거 아닐까. 주인장이 음양오행의 원리, 쓴신짠단의 귀경에 대한 추임새를 들으며 차려낸 음식은 민요 한소절처럼, 한가람장어구이정식, 봉찬불고기버섯전골, 소갈비구이에 남도땅 마늘쫑을 채썰은 반찬, 피마자나물이 달려나오고 마지막 나온 기막힌 음식의 정수, 『게눈감추면』이 나온다.
슴슴 담백, 깔끔, 싱싱한 게를 끓인 양념간장을 식혀 붓기를 반복하여 만든 육수에 메밀면을 씨앗채소 고명에 곁들인 주인장의 독창적인 게장요리, 이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주인장은 주변에 산재한 인스턴트 재료를 멀리하고, 발효와 기다림의 치유 음식을 구현하는 대장금의 꿈을 음식맛평가사들앞에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았으니, 사는 것은 이처럼 음식의 도를 닦는 이를 만나 정성스러운 한끼 식사를 하는 멋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