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싸움은 쌍방 폭행이다.
그러나 필자가 변론한 피고인 중에는, 같이 싸웠는데 혼자만 일방적 가해자가 돼 처벌받는 피고인들이 많았다.
위 피고인들은 재판을 받으며 고소인이 자신에게 더 심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는 양형상 참작 사유일 뿐이고 폭행을 가한 상대방을 처벌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한공소사실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의 판단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상해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을 폭행한 고소인도 상해죄로 처벌받기를 원하면, 피고인도 고소인을 상해죄로 고소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신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해 상대방을 고소하지 못하고 자신만 피고인이돼 재판을 받는다. 특히 상해 사건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사라져 증거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상처가 사라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CCTV도 시간이 지나면 녹화영상이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었다면, 사건 당시 즉시 병원에 방문해 진단서를 받거나 피해 부위를 사진 촬영하는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상처가 사라진 뒤엔 피고인이 고소인으로부터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단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설사 고소하더라도 증거 부족으로 상대방이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가한 행위보다 약하게 기소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모든 증거를 확보해 놓고 한 달이 지나 고소할 경우, 피고인은 이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자신이 쌍방 폭행으로 상해를 입은 사실을 증명해 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만약 상해로 피해를 당했다면 내가 당장 상대방을 고소하지 않더라도, 대비 차원에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상해진단서를 발급받거나, 피해 부위를 사진 촬영 해야한다. 또한 CCTV 영상 등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놓아야 쌍방 폭행에서 일방적인 가해자로 처벌받는 억울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혜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