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동·일상생활 지원, 우리는 학우다
학습·이동·일상생활 지원, 우리는 학우다
  • 이수빈·김도연·한지수 기자
  • 승인 2024.10.08 13:40
  • 호수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 캠, 도움 필요한 학우 87명
청각·시각·지체 도우미는 33명
‘배리어프리존’ 실질적 한계 많아
계단·음성 안내 보편적 설계 필요
미디어 센터 1층에 존재하는 계단 때문에 휠체어에 탑승하고 있는 학우가 강의실로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일러스트 정수연 수습기자
미디어 센터 1층에 존재하는 계단 때문에 휠체어에 탑승하고 있는 학우가 강의실로 이동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일러스트 정수연 수습기자

‘장애학생도우미제도’란 장애로 인해 자아실현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 학생들의 욕구를 특성에 따라 지원하는 도우미 활동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도우미는 장애 학생의 학습·이동·기타생활을 지원한다. 비장애학생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장애 학생이 요청하는 학생으로 매칭이 이뤄진다. 도우미는 국가근로장학금과, 장애학생과 중복되는 과목에 한해 우선 수강 신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4학년도 2학기 기준 죽전캠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수는 총 83명이며 31명의 장애학생도우미가 활동하고 있다. 천안캠은 4명의 장애 학생이 있으며 2명의 장애학생도우미가 이들의 이동과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학생도우미의 일과

지수정(성악3)씨는 지체 장애가 있는 장애 학생의 이동 도우미를 맡고 있다. 그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장애 학생을 만나 수업을 듣는 강의실까지 안전히 데려다주고 자신의 수강 장소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다시 장애 학생의 수강 장소로 가 그가 귀가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주고, 이후 자신의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다.

 

기자는 지씨와 하루 동안 동행하며 도우미 일과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수업이 끝난 장애 학생을 만나 식사 장소까지 이동을 도왔다. 계단이 많은 구간이나 여닫이문이 있는 구간에서 장애 학우의 이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수강 장소에 데려다주거나 귀가를 도와줄 때 팔을 잡아주며 걸어가야 하는데 간혹 미끄러운 바닥이나 계단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더 세심히 신경 써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배리어프리 현황에 대해 그는 “장애학생도우미 시스템도 이동, 학습, 생활 지원으로 세분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대부분이고 계단이 많아 학교 측의 배려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SNS를 통해서 장애 학생 도우미라는 국가근로활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현수막이나 상담 부스를 만들어서 더 많은 학생이 알고 지원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죽전캠 ‘최우수’, 천안캠 ‘개선요망’ 

국립특수교육원의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 결과’에 따르면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 3개 평가 영역에 대해 죽전캠은 최우수 등급을, 천안캠은 개선요망 등급을 받았다. 

 

청각·언어장애 중증으로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윤지우(특수교육2)씨는 “수업을 벗어난 대학 생활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나 축제, 동아리 활동 중 듣기가 어려워 불편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는 “지원이 필요하다기보다 상대방이 나의 듣는 속도를 맞춰 주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숙사 안내 방송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어 안전이나 행사 등 중요한 사항을 놓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의 배리어프리에 대해서는 “축제에서 단국존 옆에 배리어프리존이 설치돼 있어 공연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지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의진(특수교육3)씨는 학교생활에서 편의점 이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무인 편의점에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계산대를 찾고 바코드를 찍어서 계산하고 조리하기까지 전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셔틀버스를 이용하며 “버스 안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제때 못 내리고 죽전역까지 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교내 횡단보도에 신호가 없고, 유도 블록이 미설치된 곳이 있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축제 배리어프리존에 대해 “축제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건데 보호자 1명만 그 구역에 같이 들어갈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와 이씨는 장애학생도우미의 도움 덕분에 학습·이동·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며 죽전캠 장애학생지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다만 이씨는 “장애학생도우미만이 아니라 모든 비장애인 학생이 장애 학생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며 “장애인이 가진 어려움을 벽으로 보지 않고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말이 통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학습 도우미를 맡고 있는 이성훈(도시계획부동산4)씨는 장애학생도우미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축제 ‘배리어프리존’에서 장애 학우와 공연을 즐긴 경험을 꼽았다. 그는 죽전캠 배리어프리 구역에 대해 “교내 건물 입구의 경우 경사로가 어느 정도 잘 돼 있어서 이동의 편리성이 보장돼 있다.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서 휠체어 대여도 가능해 만약의 상황도 대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캠퍼스 내 인도가 좁은 곳이나 파손된 도로의 경우 휠체어 이동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죽전캠 휠체어 이용 장애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더욱 보편적인 편안함을 위해

장애 학생 인권에 관심을 갖는 재학생들은 우리 대학 배리어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우혁(철학3) 죽전캠 장애인권동아리 소행성 대표는 “공학관 협소한 화장실, 미디어센터 1층, 건물 점자 안내판 미설치 등이 장애 학생들의 수업권과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캠 재학생인 조홍로(사회복지1)씨는 “학생회관이나 여러 시설에 아직 장애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시설이 없는 곳이 있어 장애 학우들이 학교에 다니는 데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권 죽전캠 장애학생지원센터 과장은 “장애 학우들이 교내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대학 시설팀과 긴밀히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캠퍼스 내 시설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개선이 가능한 부분부터 하나씩 바꿔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강영선 천안캠 시설팀장은 “올해 초에 생명자원과학관 이동 편의성을 위해 장애인 승강기를 설치했다”며 “승강기 추가 설치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김세현 천안캠 학생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필요로 하는 사항이 어떤 것인지 불편한 점이 있는지 잘 파악해 재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김도연·한지수 기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