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도서관 책의 운명과 함께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도서관 책의 운명과 함께하다
  • 김승건‧김준원‧우하혜나 기자
  • 승인 2024.11.12 14:41
  • 호수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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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계기
서점 책 판매량 50% 증가
우리 대학 도서관 대출권수
단행본 감소, 전자책은 증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일러스트 황소정 기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일러스트 황소정 기자

 

지난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국내 서점가의 도서 유통 물량이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10월 도서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9.3% 증가했다. 그 여파로 최근 젊은세대 사이에선 글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 멋짐을 느끼는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독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윤지현(경영2)씨는 “텍스트 힙 유행을 체감하고 있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주변에서도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강 신드롬’으로 종이책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지금, 본지는 종이책의 제작과 처분 과정, 그리고 우리 대학 도서관의 서고 현황을 알아봤다.

 

종이에 생명을 불어 넣다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일까? 책을 제작하기 위해선 먼저 책의 주제와 대상 독자를 정하고, 어떤 내용을 다룰지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저자는 초고 작성과 수정 과정을 통해 전체 내용을 완성하고, 이를 출판사의 편집자가 검토한다. 이후 교정·교열을 통해 오탈자와 문법 오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글이 완성되면 책의 내용과 대상 독자에 부합하는 표지 디자인을 선정한다.

이후 본문의 글씨체와 그림, 색상 등을 결정하고 종이의 종류와 질감을 선정한다. 선정이 완료되면 책에 담길 내용을 필름으로 출력해 하나의 면을 완성하고, 제작된 인쇄판을 기계에 넣어 출력한다. 인쇄된 종이를 책의 크기에 맞게 접고, 책의 페이지 순서대로 모아 표지와 함께 풀로 붙인다. 마지막으로 재단기에서 책의 규격에 맞게 자르면 우리가 읽는 책이 완성된다. 

 

도서관과 책의 첫 만남
우리 대학 퇴계기념중앙도서관(이하 퇴계도서관)에는 현재 115만여권, 율곡기념도서관(이하 율곡도서관)에는 86만여 권의 도서가 있다. 이렇게 수많은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대학 도서관에 도착했을까. 우리 대학 도서관의 경우, 책을 구매할 때 연마다 공급업체를 입찰 방식으로 선정해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희망 도서 ▶수업 지정 도서 ▶선정 도서 ▶교수 추천 도서 ▶기증 도서의 기준에 따라 책을 구매한다. 

‘희망 도서’는 교내 구성원들이 연구 및 학습에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 신청하면, 도서관 규정에 명시된 선정 기준에 따라 구매가 이뤄진다. ‘수업 지정 도서’도 있다. 이는 교수가 매 학기 강의계획서에 수업에 활용할 도서들을 입력하면 도서관 수서실에서 이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사서가 직접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선정 도서’라 칭하는데, 도서관 내 장서 구성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선정한다. 또 교수가 재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 전달하면, 도서관에서 이를 구매하는 ‘교수 추천 도서’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증 도서’가 있다. 이는 구매 도서가 아닌 외부에서 기증받는 방식이다. 교내·외 기관이나 개인이 자료 기증 의사를 밝히면, 사서가 학술 가치와 복본 여부 등을 확인해 기증 도서를 받는다. 

 

도서관 책과의 아쉬운 작별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는 책의 수는 한정돼있다. 새로운 책이 비치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비워줄 책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책을 구입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처분’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일반적인 도서관의 책 처분과정은 처분도서 평가 및 선정, 처분도서 목록화 및 내부 검토, 처분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리 대학 도서관은 통상적으로 1년에 1회 도서를 처분한다. 구체적인 처분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처분기준에 따라 어떤 책을 처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 대학 도서관은 도서관 규정 시행세칙 <자료의 폐기 및 제적 기준>에 입각해 처분도서를 선정한다. 분실 또는 파손된 자료, 최신판·전자매체 등으로 대체돼 보관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자료 등 총 8개의 기준이 있다. 그 외에도 도서관 자체적으로 연간 최소 2회 이상 ‘장서 점검’을 진행하면서 자료의 존재유무를 파악해 이에 따라 폐기를 결정한다. 

처분할 도서들을 선정한 후, 이를 학교법인에 보고하고 법인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처분이 진행된다. 이후의 처분과정은 폐기업체에 의해 처리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도서관은 1년에 몇 권 정도의 책을 처분할까. 2023년에 우리 대학 도서관은 총 2만2539권의 책을 처분했다. 2022년 2만7484권, 2021년에는 1만5188권의 책을 처분했다. 

최근 독서열풍 속에서 우리 대학 도서관의 대출률 추이는 다음과 같다. 퇴계도서관의 단행본 대출건수는 2022년 4만4025건, 2023년 4만7958건, 2024년 10월 기준 3만3904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율곡도서관의 단행본 대출건수는 2022년 1만9044권, 2023년 2만1030권, 2024년 10월 기준 1만9864권으로 마찬가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독서열풍에 따른 큰 증가 양상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자책 대출률은 소폭 상승했다. 퇴계·율곡도서관의 통합 전자책 대출 건수는 2022년 4만4308건, 2023년 5만2881건, 2024년 10월 기준 3만5885건이다. 이에 대해 성중호 퇴계중앙도서관 학술정보지원팀 과장은 “전자책은 학생들이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대출 및 반납을 할 필요가 없이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더 나은 도서관이 되려면
최청자 퇴계중앙도서관 학술정보지원팀장은 재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도서관주간을 개편해 내년부터 매달 1회 이상 이벤트를 진행하고, 도산라운지에 백색소음을 발생시키는 음향시설을 설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열람실과 자료실 리모델링 공사도 올해 말 및 내년 초 중으로 예정돼있다”고 밝혔다. 

양영민 율곡기념도서관 학술정보운영팀 주임은 “대학 도서관은 복합 문화 공간, 연구지원 서비스 공간, 자료소장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단순히 책을 보존하고 대출하는 것을 넘어 최신트렌드에 맞는 자료를 제공하고, 양질의 장서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서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 열기가 아직 우리 대학 도서관까지 와닿지는 않은 듯 하다. 도서관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책을 통해 지식과 감정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 청춘들의 지식과 감정의 집합체인 대학도서관에서 열띤 독서의 장이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승건‧김준원‧우하혜나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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