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이 컴백했다. 컴백하기가 무섭게 그가 유행시키는 아이템들이 연일 뉴스 기사에 등장하고 있다. 출국하는 지드래곤의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되면서 남성 스카프가 주목받았고, 지압 슬리퍼까지도 완판됐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지드래곤은 원래 그랬다. 그가 활발히 솔로 활동을 하던 10년 전 즈음에도 그의 스타일링은 늘 젠더 규범을 탈피하곤 했다. 트위드 재킷이나 양산과 같이 ‘여성적’ 아이템을 활용하고, 아예 여성복 라인을 착용하기도 했다. 젠더 코드를 비트는 것은 지드래곤이 유행 선구자로 거듭나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전통적인 남성성에서 벗어나면서 나타나는 모호성과 이질성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을 부과했다.
이러한 젠더 표현을 이용한 가수는 지드래곤에 그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케이팝 남성 아이돌의 남성성은 젠더 규범의 경계에 위치한다. 책 『퀴어돌로지』에서는 케이팝 자체가 마초적인 남성성이 소거된 비(非) 남성성의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여성성과 섞이며 나타나는 이들의 혼성성은 케이팝 남성 아이돌을 ‘일반적인’ 사람들이나 규범과는 동떨어진 존재, 그래서 조금 앞서 있거나 특별한 존재처럼 만드는 듯하다. 이런 측면에서 혼성성은 세련미와 맞닿아 있다.
혼성성은 케이팝 바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대표적으로 2000년대에 에디 슬리먼이 남성복에서 슬림한 실루엣을 유행시키면서 가녀린 남성성이 마초적 남성성을 넘어섰다. 현재로 돌아오면 이제 남성복과 여성복의 특징이 섞이는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남성복 컬렉션에 짧은 반바지, 스커트, 홀터넥 등 여성복의 요소가 많이 등장하고, 실루엣도 여성복과 유사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남성 스카프의 유행도 지드래곤이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라, 최근 패션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 움직임이었다.
젠더리스는 오랫동안 패션의 전략이었다. 젠더의 규범을 비틀고 교란시키는 것은 지드래곤이 이용했던 것처럼 낯설고 새롭고 이질적인 느낌을 유도하면서 세련됨, 트렌디함과 연결될 수 있다. 이제는 트랜스, 논 바이너리의 젠더가 새로운 패션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은 경계를 초월하고, 경계를 없애는 사람들이 견인해 왔다.
남성성과 여성성, 젠더는 여러 맥락에서 끊임없이 재정의된다. 그러니까 젠더의 경계는 사실상 없다. 있다고 믿는 것뿐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정의를 마음대로 차용하고 배치하고 재해석하며 젠더를 재현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드래곤의 남성성 또는 여성성 또는 이 두 가지로 일컬을 수 없는 그의 특징들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김희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