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자다
나는 정신병자다
  • 강승표(언론영상·07졸) 동문
  • 승인 2011.09.29 01:41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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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고래’라는 영화를 봤다.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아스퍼거 증후근은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며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상동적인 증세를 보이는 질환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가 장애를 가진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란 것을 알았을 때 이 영화의 진행이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런데 영화는 너무나 평범했다. 그래서 특이했다. 주인공들은 일반 사람과 똑같이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했다. 그 순간, ‘자폐를 앓는 사람과 내가 똑같구나’라 생각했고 심지어 영화에 등장하는 아스퍼거의 특징을 나에게서도 발견했다.

그들은 남들이 듣지 않아도 말하는 것에 기뻐했으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이해했다. 나도 그렇다. 가끔 폭주해서 남의 말을 듣기보다 내 말을 할 때가 있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한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매너모드’가 있다. 나와 자폐를 가진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의 정신은 과연 ‘일반’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한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허리가 아프지만 병원에서 디스크 판정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 허리가 정상인 것은 아니며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자폐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정상인 것은 아니며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다. 또 핸드폰을 사면 아무리 애지중지해도 결국 기스가 나고 고장이 난다. 물건이란 모두 그렇다. 언젠가 못쓰게 된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31살인 나의 몸은 지금 잠을 편히 못 이룰 정도의 목 디스크와 완치가 안 된다는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신은 언제까지 건강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물건이 고장 나고 몸이 망가지듯 우리의 정신도 고장 난다. 가벼운 부상은 흔적도 없이 완치가 되지만 큰 사고는 후유증이 남듯 정신적 쇼크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라는 지병을 만들고 환경오염에 아토피가 걸리듯이 주변사람들의 이기심에 마음의 피부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다. 몸이 아픈 사람을 우리는 쉽게 동정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은 ‘정신병자’로 깔본다. 만약 마음의 상처가 눈에 쉽게 보인다면 좀 더 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마음의 상처도 스스로 볼 수가 없기에 서로를 그리고 상대를 평범의 범주에 넣어놓고 모두를 획일적으로 평범하게 대한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일반인과 똑같이 대하라’는 말이 이 글의 요점은 아니다. 평등을 위해서 그들을 일반인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야 말로 폭력이다. 그렇다고 그들만 차별하는 것 역시 폭력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가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모두를 차별’해주길 바란다. 대학에서 엠티를 가고 술을 마시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당신과 친구들의 잣대로 생각하지 마라. 그들을 차별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이성 때문에 당신을 배신했던 친구는 내가 모르는 어떤 마음이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라. 선천적으로 재미없어서 따돌림을 시켰던 친구를 이해해라.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니지만 아스퍼거 증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에 조그만 흉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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