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 인디다큐페스티벌 방문기
꿀단지. 인디다큐페스티벌 방문기
  • 단대신문
  • 승인 2012.04.03 13:34
  • 호수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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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홍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실험 Experiment! 진보 Progress! 대화 Communication!’이라는 카피 문구를 내건 인디다큐페스티벌이 내게 보여준 첫 얼굴은 사실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매표소에서 인디다큐페스티벌에 대한 어떤 안내판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아무리 인디 페스티벌이라지만 너무 하지 않나 싶을 만큼 롯데시네마는 여전히 멀티플렉스의 본분을 충실히 하고 있었고 페스티벌의 상영관인 6관만이 조용한 이름을 상영관에 걸고 있었다. 그 작은 이름 속 “옥탑방 열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대로 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상영관 앞,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길게 책상을 편 채 안내 책자들과 다큐 관련 도서를 판매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를테면, 성소수자인권운동가에 관한 책이라든지 용산참사에 관한 안내책자 같이 이번 페스티벌에 상영되는 영화들의 주제와 관련한 것들이었다.

조심스레 들어간 상영관에서는 이미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고 우리들의 자리는 이미 누군가 앉아있었다. 소란을 만들기 싫었기에 대충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영화는 HIV/AIDS 감염자인 두 사람이 편견과 차별에 상처받고 그에 다시 싸우며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2년 동안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감염자임에도 인권운동을 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윤 가브리엘과 어린 날에 돈 때문에 몸을 팔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두열. 두열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심지어 본인이 게이인지 양성애자인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가브리엘이 출연한 또 다른 다큐영화 <종로의 기적>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자신에게 종로는 저주의 거리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런 두열을 사랑하는 가브리엘은 두열이 과거를 떨쳐내고 일어서길 바라지만 그들은 매일, 매년 같은 얘기로 싸우기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같이 사는 그들은 어느 날 바다에 가서 파도와 함께 놀고 있었다. 다큐 특유의 과도한 클로즈업과 불안히 흔들리는 화면의 구도 등은 눈을 아프게까지 했지만, 하나의 큰 길에서 헤매지 않고 꾸준히 그들의 속을 담은 이야기는 다른 의미에서 눈을 아프게 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노은지 감독, 고유정 감독, 그리고 다큐의 주인공들이 나왔는데, 그때 깜짝 놀랐다. 바로 내 옆 자리에서 두 사람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행된 GV에서는 두열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다. 개중 “이러한 다큐를 찍는 건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인데 어떻게 촬영을 결심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두열은 “나와 같은 사람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상관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두열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는 듯 했다.

모든 질문을 마치고 사회자는 쑥스럽게 말했다. 이번 상영에서 매진 사태가 났다며 인디 페스티벌을 위해 다 같이 파이팅을 외쳐주시면 큰 힘이 되겠다고 말이다.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옆 자리의 두 사람을 생각하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인디다큐페스티벌 파이팅!”

김영하(공연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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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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