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대 속 예술의 온도를 높이다
작은 무대 속 예술의 온도를 높이다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11.10 13:44
  • 호수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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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제67회 극예술연구회 정기공연 현장
 

지난 주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 곳곳에 붙여진 <어머니> 포스터. 바로 중앙동아리 ‘극예술연구회’의 제 67회 정기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다. 극예술연구회는 38년의 역사가 있는 동아리며, 매년 다양한 정기공연을 선보인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공연한 연극 <어머니>는 교도소에 갇힌 죄수 ‘큰주먹’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지 못하는 비극을 다뤘다. 삼일간의 공연을 위해 한 달간 준비한 스텝과 배우들의 노고와, 그들이 고대한 공연, 공연이 끝난 뒤의 에피소드로 생생한 공연제작현장을 따라가 봤다.  <필자주>

 

 

● 공연 <어머니>가 준비되기까지

새로운 공연 기획은 품평회로부터 시작된다. 품평회에선 지난 공연에서의 연기력, 음향과 조명 등의 적절성과 개선점을 종합평가한다. 이후 다음 공연의 연출가를 뽑고, 작품을 선택한다. 작품은 신춘문예 당선작이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본을 구입해 편집해서 사용한다. 작품이 결정되면 배우들은 다 같이 연습하고,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찾아 오디션을 본다. 가끔 캐릭터와 이미지가 비슷한 사람이 캐스팅 되는 경우도 있다.

 

캐스팅이 완료되면 장장 한 달간의 강도 높은 연습이 시작된다. 무대 디자인 스텝 김태호(식량생명공·4) 씨는 “연극 무대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극을 표현하는 한 세계이기 때문에 조명, 음향, 배우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무대 경험과 극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좋은 무대가 나오기 때문에 한 달간 수많은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 유난히 분주한 ‘공연시작 D-1’

공연시작 하루 전 리허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긴장감이 맴돈다. “예리야! 다시 조명 다 끄고 실링 22,30,36 켜줘” 극예술연구회 회장 이상민(전자공·3) 씨가 조종실을 향해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조명 스텝 유예리(스페인어·3) 씨는 바로 무대 조명을 환히 밝힌다. 무대 뒤의 스텝들은 관객이 무대를 보는 데 불편하지 않게 조명의 각도를 조절하고, 무대 분위기 조성과 인물의 심리 표현을 위해 힘쓴다.

 

조종실 한편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연출가 이예은(문예창작·3) 씨. 스텝과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긴장한 총 책임자 이 씨는 앉아있을 틈도 없이 무대와 조종실을 들락거린다.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쉬지 않고 스텝들에게 “예리야 조명 이때 켜주자~”, “은옥아 이땐 볼륨을 줄여주자~”라 당부한다. 연출가로서의 뚜렷한 주관을 가진 이 씨의 친절한 말투 속엔 단호함이 엿보인다.

 

 

● 막이 열리다

드디어 D-Day인 11월 5일 오후 2시 30분, 극예술연구회의 야심작 <어머니>의 첫 공연의 막이 올린다. 강도, 살인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된 ‘큰주먹’과 몸져누운 어머니를 위해 꽃을 훔쳐 옥살이를 하게 된 ‘흰얼굴’이 함께하는 감방생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년 극예술연구회의 공연을 찾는다는 배은주(법무행정·3) 씨는 “소재가 다소 어려웠는데도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해가 됐다”고 만족한다.

 

 

● 그리고, 뒷이야기

 

초대형 무대, 화려한 조명, 값비싼 특수효과 없이 오롯이 학생들의 연기와 연출만으로 빛이 났던 공연 <어머니>. 무대 직후 후배들을 축하하러 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예술연구회의 배우로 활동하다가 휴학 했다는 장화섭(심리·2) 씨는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한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아 복학 후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극예술연구회의 스텝, 배우들 모두 진실한 마음과 열정을 갖고 부대껴가며 임하고 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이지헌(산업공·00졸) 동문은 “연극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극예술연구회를 잘 이끌어 주는 후배들에게 고맙다”면서 “캠퍼스를 벗어나 사회의 무대로 나갔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공연 하나만을 위해 달려온 극예술연구회 배우와 스텝들의 땀방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김수민 기자
김수민 기자

 5213190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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