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인 캠퍼스 6. 터너 <전함 테메레르호>

장엄하고 서정적인 낭만주의적 정조 단대신문l승인2017.05.16l수정2017.05.16 10:20l142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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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너, 戰艦 테메레르號, 1838, 91x122cm, 캔버스에 유화

 

‘터너(Turner)’는 영국 낭만주의 미술의 최대 거장이다. 특히 풍경화에 있어서는 영국화단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색채를 다른 조형요소들보다 중요하게 여긴 화가로서, 색채 그 자체가 발산하는 정서적 울림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풍경에서 받은 생생한 감동을 개성적 조형언어로 표현한 화가이다.

■ 환상적 색채효과… 장엄한 정조(情操)
그의 색칠방법은 종래의 회화에 비해서 거칠고 대담하며 환상적이다. 프랑스의 인상파(印象派) 회화가 터너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고 태동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터너그림의 밝고 신선한 색채표현을 보고 새로운 화풍을 창조하기 위한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인상파 회화가 감각적인 사실을 충실히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터너는 환상적인 주관적 정조(情操)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색채를 사용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어서 색채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터너는 간파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색채의 환상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형태가 무시되곤 하는 것을 본다. 이와 같이 주관적 정조를 살리기 위해 색채 효과를 강조한 결과 말년의 그의 몇몇 작품들은 색채추상화를 방불케 하는 현대회화의 선구적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그림 <전함(戰艦) 테메레르호(號)>는 터너가 64세 때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비교적 사실적인 형태미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 속에 환상적인 색채효과를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화면은 바다의 수평적 흐름과, 배와 그 그림자가 연출하고 있는 수직적 움직임에 의해 수평과 수직이 조화를 이룬 구도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푸른빛 보랏빛 붉은빛 노란빛 등의 대기를 화면 가득히 번져나가게 그려 넣어 고요와 평화를 동반한 장엄한 정조(情操)를 느끼게 하고 있다. 황혼이 깔린 해상에서 노후한 전함 테메레르호가 해체되기 위해 예인선에 끌려가고 있는 장면인데, 터너의 이와 같은 주제 선택에는 낭만주의 정신의 태동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 낭만주의 정신의 태동을 상징
전함 테메레르호는 몰락할 운명에 처해 있는 구시대 세계관의 상징이며, 힘차게 연기를 뿜으며 노후한 전함을 끌고 가는 예인선은 새로운 시대정신(時代精神)의 힘을 암시한다.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고 있는 황혼은 낮과 밤이 뒤바뀌는 중간지점에서 사라져가는 구시대(舊時代)의 정신과 새로운 시대정신이 교차하는 과도기의 상징처럼 그려져 있다.

 당시 새로운 사조(思潮)로서의 낭만주의 정신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한(有限)에서 무한(無限)으로, 낮으로부터 밤의 세계로, 합리로부터 비합리의 세계로, 현상(現象)으로부터 내적(內的) 신비로 관점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었다. 따라서 낭만주의 화가들은 우주와 자연의 신비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와 같은 감정을 풍경화 속에 담아 나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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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인간존재의 왜소함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넘어서는 자연에 대한 시적(詩的) 귀의의 감정이 담겨있다. 터너의 이 그림에서도 우리는 낭만주의적 시정(詩情)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다.


 임두빈(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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