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상 꿰뚫어보기
넓은 세상 꿰뚫어보기
  •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19.09.17 09:21
  • 호수 1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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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때론 좁은 걸 실감도 하지만 세상은 넓다. 오래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역사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불어넣겠다는 한 기업인의 글이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으나 세상을 모르고 덤벼서 되는 일은 없다. 그저 여행다니는 수준의 도전이라면 모를까, 제대로 일하고자 한다면 넓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건 필수다.


또 다 알다시피 이미 글로벌리제이션의 시대 아닌가.
미중 무역전쟁, 한일갈등, 영국의 EU탈퇴 혼돈, 홍콩소요 사태, 해묵은 중동분쟁 등등. 경제, 정치, 안보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문제다. 사정이 이러할 때, 어디서 무엇을 하든 국제적 균형감각과 식견, 판단능력을 키우는 일은 필수적 과제다. 말할 나위 없이 지구적으로 복합적인 갈등이니 만큼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정보도 필요하고, 검색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책도 봐야 하고, 신문․잡지․논문․보고서 등도 읽어야 하고, 전문가들도 틀리기 일쑤인 그 문제를 매일의 수업과 발표와 과제와 알바와 연애(?) 등에 매여있는 젊은 우리에게 기대한다면? 그건 잘못이다. 그렇다고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을 순 없다. 나중에 공부하거나 관심을 둬도 되지 않을까 한다면 그땐 이미 늦은 것이다.


무엇을 할까? 첫째는 자신의 관심지역이나 국가, 또는 주제를 정하는 일이다. 어차피 전 세계를 모두 이해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요긴하다. 둘째는 관심지역․국가․주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는 거다. 어디로 가서 찾아야할지 교수님들께 묻는 것이 시작이다. 셋째는 확보한 자료를 읽는 거다. 국내 신문․방송의 국제․외신기사는 버리는 것이 좋다. 외신은 언론사 내에서 관심 밖 주제다. 또 우리가 익히 알듯,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한국언론사망’이란 말이 실검 1, 2위에 오를 지경이다. 그러니 버리거나 아님 비판적으로 읽자. 넷째, 관심 있는 벗들과 얘길 나누는 거다. 반드시 직접 만나는 동무들이어야할 필요는 없다. 페북이든, 또 다른 소셜 미디어든 얘길 나누는 플랫폼은 널려 있다. 다섯째, 매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한 달에 두 개 정도 큰 이슈에 집중해 자신의 식견을 넓혀가는 게 적절하다.


이런 식으로 공부한다면—이것도 공부라는 걸 명심하고—길지 않은 시간에 나름 튼실한 국제적 감각과 식견,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이해하는, 혼돈의 세상을 나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실 공부란 사회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 왜곡․과장․축소 정보가 넘쳐나는 허위의 시대, 이런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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