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달나라 1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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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팀
  • 승인 2022.05.24 14:10
  • 호수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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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일러스트 허정윤 수습기자

 

Prologue 

인류는 예로부터 하늘 밖 세상을 꿈꿔왔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하늘은 옛사람들에겐 닿을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시간이 지나 비약적으로 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주는 더 이상 닿지 못할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 1957년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발사로 우주 개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에 미국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응수했고 두 나라의 경쟁에 힘입어 중국,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우주 탐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가자, 미지의 세계로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1961년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1969년, 아폴로 11호는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우주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 우주인들이었다. 그러나 이젠 민간 우주 산업의 확장으로 인해 일반인들도 우주에 갈 수 있게 됐다.


우주여행은 순수 관광을 목적으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우주를 체험하고 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인 데니스 앤서니 티토는 세계 최초로 자비를 들여 우주여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4월 28일 ‘소유즈 TM-32’에 탑승한 그는 국제 우주 정거장을 방문하고 8일 가까이 머물며 지구를 128회 공전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업가 마크 리처드 셔틀워스도 민간인의 신분으로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우주여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우주여행은 크게 높이 올라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과 행성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성층권 여행’은 약 고도 50㎞까지의 높이를 올라갔다 돌아오는 것으로, 지구 대기권을 벗어났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행기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지점을 왕복하는 데다가 로켓 없이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여행 상품이다. 


‘100㎞ 우주여행’은 대기권 가장 끝부분이자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 높이에 도달해 몇 분간 우주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여행이다. 이 높이에서는 무중력을 느낄 수 있고 창문으로 지구 밖 세계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년 7월 민간 우주 기업인 ‘블루 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이 100㎞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궤도인 고도 400㎞에 진입해 실제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과 유사한 생활을 체험하는 우주여행이 있다. 작년 9월 16일 ‘스페이스X’는 관광용 우주선을 고도 575㎞까지 올려보낸 뒤 3일간 지구 궤도를 도는 데 성공해 장기 우주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행성을 관광하는 우주여행은 시도된 바가 없다. 아직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기업은 달에 착륙하지 않고 궤도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우주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는 화성 여행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주여행의 상품도 상용화되지 않았을뿐더러 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 단위의 경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로 가는 로켓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향후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역사는 어떨까?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시작종을 울렸다. 그 후 세계 13번째 우주 로켓 발사장인 ‘나로 우주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를 발사했다. 3번의 발사 끝에 성공이란 값진 결과를 얻은 우리나라는 ‘스페이스 클럽’의 11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는 백지와도 같았던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기술의 밑거름이 됐고, 현재 진행 중인 누리호 산업의 실질적인 기반을 다졌다.


작년 10월에 1차 발사한 3단 로켓 누리호는 러시아의 1단 로켓을 사용한 나로호 때와는 달리, 모든 로켓을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지난 1차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조기 종료돼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75톤급 엔진 4기를 엮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구현하고, 1단과 2단 엔진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오는 6월 15일에 예정된 2차 발사는 위성을 목표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1톤 이상의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6개국뿐인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발사 역량을 갖는 것은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직은 위성 발사 시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리가 원할 때 발사할 수 있는 자주적 우주 개발이 가능해진다”며 누리호 프로젝트의 의의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우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먼저 오는 8월 1일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을 발사해 2030년에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착륙선의 후보지를 탐색할 계획이다. 또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인 ‘KSLV-II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수많은 연구원의 노력 덕분에 강대국들만의 것으로 여겨졌던 우주 산업을 우리의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기업이 우주 산업을 이끌다

과거 우주 산업은 대부분 정부 기관에서 세운 탐사 계획을 바탕으로 대형 민간기업에서 하드웨어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민간기업이 프로젝트 계획을 주관하면 여기에 소규모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로 산업 구조가 변했다. 민간기업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면서 이전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우주 산업이 군사적이고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했다면, 민간 우주 산업은 경제적이고 개발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 주도 우주 산업은 민간보다 예산 걱정이 적고 개발 주체의 파산 우려가 없어 안정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있는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국가 우주 산업은 경제성, 상업성 상향을 주된 목표로 하지 않아 사업에서 큰 이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우주 산업 시장 중 민간기업의 지분은 79%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이용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블루 오리진은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도 다양한 국내 민간 기업의 활약이 있었다. 75톤급 액체 엔진을 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단 연소기를 제작한 ‘비츠로넥스테’ 외에도 300여 곳의 기업이 개발에 참여했다.

 

여행을 넘어서 거주로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과 동료들이 화성에 기지를 짓고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 같지만 머지않아 현실에서도 달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게 될지 모른다. ‘미항공우주국’(이하 나사)은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달에 인류를 보내고,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 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아르테미스 미션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일명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있다. 기존처럼 우주정거장을 지구 궤도에 만드는 것이 아닌, 달 궤도에 만들어 달 탐사를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첫 번째 계획과 동시에 2024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로 달까지의 접근성을 높인 후엔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나사는 2028년까지 달에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만 보던 우주 기지가 이제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아르테미스 미션과 이전 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민간 기업의 참여’다. 이번 계획에 사용되는 발사체에는 스페이스X와 버진갤럭틱의 발사체도 있다. 특히 루나 게이트웨이의 보급선에는 스페이스X의 ‘드래곤 XL’이 선정된 만큼, 이번 아르테미스 미션에서는 민간 기업의 활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르테미스 미션은 나사뿐 아니라 1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우주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는 10번째로 아르테미스 미션에 참가했다.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미션에 협력하면서, 오는 8월 1일에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궤도선에도 나사의 섀도 캠이 장착된다. 한국형 달 궤도선이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르테미스 미션 유인착륙 후보지의 물과 자원의 존재 여부, 지형학적 특성을 측정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Epilogue

지금까지의 많은 우주 개발과 탐사는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 우주 산업의 열쇠는 국가가 아니라 전세계 민간 업체의 손에 쥐어져 있다. 국가 기관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우주의 문은 이제 일반인과 민간인들에게도 열렸다. 기업의 투자와 기술 발전,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합쳐져 우주로 향하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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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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