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청년표심 잡기에 뛰어들고 있다. 2030으로 상징되는 MZ세대의 표심은 무당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내년 선거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여야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국민의 삶은 팍팍해지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부족해 발을 구르는데 제 잇속만 챙기려 한다.
정치권은 청년을 짝사랑한다. 여야가 ‘청년당’이 된 듯 선물을 내민다. 국가 곳간 사정은 아랑곳 않고 손쉽게 청년층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주거비, 음식비, 생활비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는 고물가 시대에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일 수도 있다. 그런 정책은 요란 떨지 말고 조용히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생색내기 ‘묻지마 정책’을 남발한다. 결국 그 부담은 미래 대한민국 주인공인 청년 세대가 짊어질 것 아닌가.
대학가의 화제인 ‘천원의 아침밥’만 해도 그렇다. 단돈 1000원으로 아침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에게는 고마운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액이 너무 적다보니 전체 대학생 중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정치적 쇼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5월부터 ‘천원의 아침밥’을 시작했는데 식사 제공 인원이 죽전캠퍼스는 하루 100명, 천안캠퍼스는 70명에 불과하다. 전체 2만8000여 명의 재학생 중 0.6%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은 천원 학식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정부 지원액이 쥐꼬리만 하고 대학은 가난하니 가슴앓이만 한다. 어느 대학이 학생들에게 질 좋고 값싼 식사를 제공하고 싶지 않겠나. 정부가 전국 대학에 지원하는 아침밥 지원액은 겨우 15억880만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최근 갑자기 두 배 늘린 액수다.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정치인은 낯이 두껍다. 여야 대표가 앞다퉈 대학에서 학생들과 아침밥을 먹었다. 민망하지 않은가.
정치권은 점입가경이다. 여당은 “모든 희망 대학 아침밥 제공”, 야당은 “방학에도 제공, 하루 두 끼 제공”같은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소 5000원 하는 식사비 중 달랑 1000원을 정부가 대주는 게 천원의 학식인데 대학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치권은 학자금 이자 면제법, 중소기업 취업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 통신비 지원 같은 이상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이 또한 사탕발림 아닌가.
청년용 복지 정책은 재정이 넉넉하면 국민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가 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찍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선거용 구호를 남발하는 건 국가의 미래를 좀 먹는 일이다. 대학생이 아닌 고졸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우리 대학생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제 이익을 위해 청년 세대에게 미래의 짐을 안기는 행태를 좌시해선 안 된다.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운 지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