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등교육은 위기다. 세계 최하위 출산국으로 떨어져 가까운 장래에 4년제 대학 중 절반이 문을 닫아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대학 교육 경쟁력은 세계 64개국 중 47위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조사). 대학은 재정난에 시달린다. 정부가 지원을 늘린다고는 하나 ‘찔끔’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돈이라도 잘 써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사업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지원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국립대는 등록금이 사립대의 절반이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상비를 정부가 지원한다. 반면 사립대는 등록금이 15년째 동결됐어도 정부 지원이 별로 늘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국립대는 상대적으로 나은 대접을 받는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교육부가 ‘글로컬(Glocal)’과 ‘라이즈(RISE)’라는 대학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두 사업의 요체는 사실상 지방 균형을 명분으로 한 지방 국립대 지원 정책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립대는 사업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불만이다.
국립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면 그에 합당한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경쟁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대학평가에서 전국 국립대 가운데 서울대를 제외하면 모두 20위 이하이고 글로벌 순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간 국립대는 안주했고, 무사 안일했고, 학령인구 감소에 둔감했다. 자생력을 잃은 ‘세금 천수답’이 되었다.
그런데도 국립대에 돈이 쏠린다. 교육부는 학자금 지원과 국립대 경상운영비를 제외한 일반지원 사업으로 국내 대학에 연간 2조 7224억원(2021 회계연도)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직접 지원 예산은 2조 2410억원이다(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분석). 2조 2410억원 중 41.5%는 국립대, 58.5%는 사립대에 간다. 사립대 지원액이 많아 보이지만 착시다. 국립대는 39개, 사립대는 157개다. 한 곳당 지원액이 국립대는 238억원인 반면 사립대는 84억원에 불과하다.
대학별 편차도 크다. 일반사업비를 연간 700억원 넘게 가져가는 국립대는 다섯 곳이고 사립대는 한 곳도 없다. 연간 100억원 넘게 배정받는 대학은 국립대가 전체의 61.7%인 24곳, 사립대는 37.4%인 50곳뿐이다. 전체 1위인 934억원을 가져간 지방 국립대는 국내 순위가 20위권, 글로벌 랭킹은 851~900위(QS 기준)다. 세금은 많이 쓰고 경쟁력은 미약한 모순 아닌가.
교육부는 국·사립대 일반재정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뜯어봐야 한다. 일반재정 사업은 동일 잣대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쟁력은 뒤로하고 ‘국립 우대’를 고수하는 것은 고등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컬과 라이즈 사업은 출발부터 모순이 있다. 국립대 우선의 당위성을 버릴 수 없다면 투 트랙으로 평가하자. 국립대는 국립대 간, 사립대는 사립대 간 경쟁으로 평가 방식을 달리하자는 얘기다. 그게 공정한 경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