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는 1만 7000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이 중 100위 권이 최상위 대학이다. 500위권에만 들어도 명문대로 통한다. 이들 대학은 공통점이 있다. 간판보다 전공과 학문의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 글로벌 명문인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1891년 팔로 알토의 한 농장에 들어선 ‘듣보잡’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과학·공학 특성화로 구글·인텔·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을 품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다. ‘스탠퍼드=실리콘밸리’ 브랜드는 강렬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은 10개의 대학 체제를 운영한다. 각 대학은 ‘복사본’이 아니다. UC 버클리는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UC 샌디에이고는 무선통신이 특화돼 있다. 우리나라 대학이 전공이 비슷비슷해 ‘무슨 대학=무슨 학과’가 확 떠오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대학의 모든 학문은 소중하다. 각 학문의 가치도 남다르다. 그렇더라도 대표 전공은 중요하다. 특성화 전공이 대학 브랜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도 나름대로 노력한다. 글로컬(Glocal)이나 라이즈(RISE) 같은 정부 지원사업을 받아 대학을 바꿔보려고 애쓴다. 두 사업의 공통점은 특성화다. 지성의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타율적인 개입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학문 간 마찰이 생긴다. 정부 주도 사업의 한계다. 저출생 시대에 대학이 생존하려면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성의 자율적인 작동이다.
우리 대학도 특성화가 한창이다. 교육·연구 경쟁력을 강화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이번에 본부가 단국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고 대학 혁신을 이끌 16개 학과를 우수 선도학과로 선정한 까닭이다. 16개 전공은 ‘플래그십(Flagship)’이다. 해군의 주력 함대처럼 단국의 대표 전공, 브랜드 상징이 될 플래그십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죽전캠은 법학과·정치외교학과·경제학과·경영학부·융합반도체공학과 등 10개 학과, 천안캠은 에너지공학과·제약공학과·의생명과학부·문예창작과·스포츠경영학과·심리치료학과가 깃발을 꽂았다.
문제는 이들 전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특성화 계획이다. 대학 측은 “선도학과에 매년 8억여 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 2월까지 학과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옳지만 청사진은 명확하지 않다. 16개 학과의 경쟁력을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높이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플래그십에 오르지 못한 학과들이 “단순하게 인기 전공 위주로 깃발을 꽂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불만인 이유다.
이번 선도학과 육성 사업은 단국의 용렬한 시험대다. 선도학과가 글로벌 교육·연구 경쟁력을 갖춰 단국의 브랜드 파워를 견인할 플래그십이 되려면 구성원의 동참 의지가 중요하다. 대학 측은 보다 담대한 실행 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