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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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원 동우
  • 승인 2004.11.23 00:20
  • 호수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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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킨스와 레드삭스

“오늘 점심은 당연히 보스톤의 굴요리 식당이지. 선거 때마다 나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거든” “레드스킨스의 홈경기 패배는 당근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거야”.
지난 주 미국뿐 아니라 지구촌을 함께 달구었던 미국 대선레이스가 종지부를 찍었다. 아깝게 패배한 존 캐리 민주당후보는 선거직전 열렸던 미식축구 워싱턴의 패배를 빌었을지 모른다. 홈경기를 이기면 현직 대통령이 이긴다는 징크스는 이미 굳어진 정설이었기에.
“월드시리즈 제패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베이브루스여 제발 저주를 풀어다오”.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보스톤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후에도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올해도 팬들은 밤비노에게 용서를 빌었다. 보스톤은 리그챔프전에서 숙적 양키스에게 3연패 하더니 기적같이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후 세인트루이스엔 한 판도 내주지 않고 꿈에 그리던 왕관을 썼다. 베이브 루스가 양키스로 이적한 지 80여 년 만의 영광이다. 과연 밤비노의 저주는 있었던 것일까?
미 대선의 결과는 미국인들이 선택한 결과다. 레드 스킨스는 그저 미식축구를 했을 뿐이다. 그토록 한 경기에만 연연한 언론의 관심을 선수단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밤비노가 저주를 풀었다고? 죽은 밤비노는 이제 날 내버려두라고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스톤 팬들이 입장료 암표를 수천달러씩이나 주면서 염원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은 밤비노가 아니라 부상 중에도 투혼을 발휘한 커트 실링의 어깨에서 나왔다. 올해 초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실링은 시즌 21승6패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포스트 시즌에서는 오른 발목 부상에도 불구, 빨간 양말을 피로 더욱 붉게 물들이는 집념을 발휘했다. 실링이 버틴 보스턴은 철벽 마운드를 구축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라미레스의 매서운 타격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피 말리는 승부는 본인들에겐 이기기 위한 고통을 주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흥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본인이나 주위에서 승패를 분석하다보면 승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변상황들에도 관심이 가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특징적인 현상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 물론 시시콜콜한(?)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때에만 이런 현상이 드러나는 법. 관심이 없으면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징크스가 많은 경우가 있고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머리를 감으면 경기에 이길 수 없어”. “난 목욕도 보름 후에나 가능해”. 이런 생고생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고행이다. 그러니 참을 수밖에. 괴로운 건 이 징크스가 깨지기 전에는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 등에 업힌 아기를 보다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이런 징크스 역시 반복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데이터를 참고한 결과다. 그러나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 긴 힘들다. 그저 아기엄마 많은 지역이라 생각되면 눈을 더 크게 뜨는 수밖에.
혹시 징크스에 집착한다면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선행을 쌓는다든지 등교길이나 출근길에 주위의 아는 사람을 떠올리며 “건강하세요 성공하세요”라고 염원해보라.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좋고 평소 미워하던 사람도 괜찮다. 소용없다면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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