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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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부>
  • 승인 2004.12.24 00:20
  • 호수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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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 양은냄비를 아십니까?
60, 70년대 어렵고 가난했던 그 때 그 시절. 우리네 밥상에서 동고동락했던 추억의 양은냄비가 있었다. 양은냄비는 열전도율이 높아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인기가 좋았다.
특히 잠깐 짬을 내 배고픔을 달래고 다시 일터로 가야했던 우리 부모들에게 빨리 익고 빨리 식었던 양은냄비는 더 없이 좋은 식기였다. 지금 우리에게 찌그러진 양은냄비는 추억의 단편이지만 부모들에게 그것은 가난의 기억이었다.
△ 한 연구기관에서‘우리나라 국민이 개선했으면 하는 것’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주의, 이기주의, 학벌주의가 10위권에 들었으며 1위는 냄비근성이 차지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 국민들의 단점으로 냄비근성을 꼽은 것이다. 이슈가 생겼을 때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흥분하고 관심을 보이다가도 그런 일이 언제 있었나 하듯 잊어버리고 마는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지난 3일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의 시작을 알리는 시종식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로써 전국 2백11개의 자선냄비에서 일제히 모금이 시작됐다. 올해 자선냄비 모금 목표액은 24억 원이며 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캠페인을 벌여 이웃들의 작은 정성을 모금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28년 12월 15일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조셉 바아) 사관에 의해서였다.
△ 연말이 되면 하나의 유행처럼 불우이웃 돕기 행사가 개최된다. 그러나 76년간 꾸준히 우리의 이웃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인 구세군의 아름다운 행적은 우리 국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냄비근성은 부끄러운 한국인의 단면을 보여준다. 모든 일에 있어서 특정한 때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 우리사회는 더 좋은, 잘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오늘 집에 갈 때는 구세군 냄비에 따뜻한 손길을 전해야겠다.
<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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