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 여자 생각 서너쪼가리
화경대 / 여자 생각 서너쪼가리
  • 김행철
  • 승인 2005.03.29 00:20
  • 호수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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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쯤 전에 대학에 입학했었다. 촌놈의 눈에 비쳤던 수도 서울, 실로 비까번쩍 했었다. 특히나 여자들, 굳이 명동이나 무교동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학교 앞 한남동을 오고가는 여자들의 모습만으로도 촌놈 한 놈쯤 무난히 뻑 가게 할 수 있는 ‘거시기함’이 충만해있었다.
당연하게도 공부는 별로그리 촌놈의 관심사항이 되지 못했고 청파동으로, 신촌으로, 심지어 우이동 골짜기까지 여인들의 꽁무니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시내버스 몇 정류장 거리였건 간에 여하튼 좇아 다니곤 했었다. 연숙이, 명옥이, 순심이, 점필이, 그 시절에 만났고 사귀었던 여자들, 분명 이뻤었다.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딱 한사람, 고르고 골라서 결혼 함 해볼끼라고 어머님께 인사를 시키러 갔었던 날, 어머니는 시큰둥 하셨었다. 예쁘잖심미꺼, 근데 뭣이 그리 불만임미꺼? 어머님의 관점은 달랐었다. 이놈아, 이쁘다고 얼굴만 뜯어묵고 살래? 여자 얼굴이야 불끄면 다 똑같은기라 이놈아.
최근에 여차저차한 이유 때문에 회사를 하나 새로 설립했다. 사무실 안살림도 맡아주고 직원들의 공동비서 역할도 해줄 경력있는 여직원이 필요했었기 때문에, 이쪽저쪽 도움을 얻어서 대여섯명 추천을 받았다. 내 딴에는 우리일을 가장 잘 도울 수 있겠다 싶은, 경력 빵빵한 순서로 두사람을 뽑아야지 그랬는데, 우리 직원들 이구동성으로 “이쁜 여자 좀 뽑읍시다.” 그러는거였다. 이 사람들 모두 집에가면 집사람 있는 유부남들이다. 당신들 집에가면 충분히 이쁜 여자 있는데 뭐가 모자라서 사무실 여직원까지 이쁜여자 타령이냐고 꾸짖었더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회사 이미지가 그 여직원들의 얼굴에 달려있다는 것을 사장님은 모르시옵니까? 였었다.
내 바로 위의 누님은 예뻤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지금도 오십대여인으로는 쉽게 안보일 기품과 미모가 팍팍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나 누님의 딸은 제 아버지를 닮았다. 키가 작고, 많이 뚱뚱하고 얼굴도 이효리와는 생긴 방향이 다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는데, 같은 과 친구 정도의 남자친구는 있으나 그 이상은 없는 모양이다. 어딘가에 취직을 해서 대학원 학비를 만들고자 했으나 좌절했다. 취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외삼촌이랍시고, 내가 몇군데에 추천을 해 주었으나 모두 거절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못생겼다는 것이 그 이유였었다. 조카는 지금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굳이 말은 안하지만 아마도, 결혼도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혼자 살기로 결심도 굳히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과도한 외모중시 신드롬이 특히 10대 소녀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외모주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사용 가이드북을 나눠줘서 여학생들로 하여금 세상에 하나 뿐인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갖도록 지도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구상인 모양인데, 대단히 죄송하지마는 대통령부부까지 눈 수술을 하는 시대 아닌가? 사회분위기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보건복지부의 구상은 장관님의 ‘희망사항’쯤으로 끝나버릴게 불을 보듯 뻔하다.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는 압구정동으로 가는 길목, 압구정역 3번 출구의 어떤 대형광고판에는 세명의 미녀가 손가락을 치켜들고 지금도 외치고 있다. “당신의 외모가 당신의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웃기는 세상이다. 허허.
김행철 <㈜유알어스 대표>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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