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 일본은 독일을 배워라
화경대 / 일본은 독일을 배워라
  • 김일수
  • 승인 2005.04.05 00:20
  • 호수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에 들면서 사용하고 있는 PC 바탕화면을 뭐로 바꿔볼까 생각다가 독도 전경이 펼쳐진 사진으로 정했다. 사진에는 내가 예상하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제법 모양을 갖춘 건물이 서있어 독도가 외로운 섬이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독도를 사이에 두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본과의 마찰이 부쩍 섬에 대한 관심을 키운 셈이다.
각설하고, 사나운 이웃 때문에 우리나라만큼 고통을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팽창주의로 열을 올리는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고대사 훔치기를 획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고위 관료 및 정치인이 앞서서 독도를 제 것이라고 우기고 나섰다. 일본 우익세력의 근대사 교과서 왜곡도 도를 지나쳐 더욱 심하게 되풀이 되고 있음은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속이 끓고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분노가 무명 시민의 단지와 혈서, 그리고 투신자살 같은 극한적 행동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자해 시위는 살벌하고 결코 찬양할 만하지도 않지만, 그만큼 울분이 크고 이웃 일본 때문에 지금 우리의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를 두고 한때 울분을 분출하기보다는 냉정히 대처하면서 장기적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말로서야 옳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우리의 자존심이 너무 크게 다쳤다. 또, 대다수 일본 국민에게 관심이 없는 일이라거나, 일개 지방정부가 한 일이라거나 하는 말은 국민에게 어떠한 위안도 미적지근한 정부대응에 대한 일말의 타당성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일본 관련 강경 발언을 ‘국내용’이라고 일본측이 평가절하한 것도 기분 상하는 일이다. 물론, 국내용일 수도 있고, 국제용을 겸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렇게 못박아 폄하하는 것은 외교적 무례로 지적할 만하다.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도 우선적으로 국내용일 수 있다. 다만, 그들의 국내용은 이웃나라 국민의 마음이 상처받든 어떻든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다는 데서 국제적 오만의 표출이라는 성격을 엿보게 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일본 집권층의 발언만이 아니라 일본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다. 국수주의, 팽창주의, 패권주의, 군국주의 인물들이 정치적으로 전보다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면, 일본 국민의 심정이 그쪽으로 흐르고 있어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치는 어느 나라에서나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다. 오랜 역사를 통해 원수지간이던 프랑스와 독일은, 50여 년간 함께 전후 통합유럽 건설의 주축으로서 잘 협력해 오고 있다. 두 나라는 역사 교과서를 공동집필하고 있으며, 공동 설립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기동타격군까지 공동 창설했다. 이 두 나라 국민들은 적대감 없이 잘 지낸다. 이런 일들은 독일이 전과를 참회하고 신뢰를 얻음으로써 이루어졌다.
일본 스스로를 위해, 또 한일 두 나라의 번영을 위해,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길이 아주 가까운 데 있음을 일본 국민이 깨닫기를 우리는 간절히 소망한다. 정치를 바꾸는 것은 국민이다. 세계와 역사를 넓게 보는 인사들이 나라 일을 맡도록 하고 편협한 이들이 설 땅을 좁히는 것은 일반 국민이 선거를 통해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두 나라가 협력하여 잘 치러낸 것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밝고 훈훈한 우정의 싹을 그 때 보았다. 일본이 이웃나라를 불안케 하면서 세계의 지도국을 바란다면 헛된 꿈일 뿐이다. 두 나라 국민이 함께 손잡고 모두가 바라는 공존공영의 21세기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빈다.
김일수 <공주영상정보대학·교수> 동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