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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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수
  • 승인 2005.05.31 00:20
  • 호수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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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 문화의 정체성
지난 5월은 각 대학에서 낭만과 공동체 의식이 어우러지는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5월은 대학축제, ‘대동제의 달’인 것이다. 여러 문화 생산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대학 곳곳에서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는 대동제는 분명 대학문화의 꽃이자 그 정체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동제기간 동안 언론에 보도된 관련 기사를 보면, 대학의 대동제가 처해 있는 오늘의 위상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학축제 ‘혼돈’...‘정신’은 없고, ‘육체’만 가득”, “대학축제 ‘연예인 초청’ 허리 휜다”, “축제? 기업의, 기업에 의한...” 등등. 이런 제목에서, 우리는 지금 대학에서 펼쳐지는 대동제가 직면해 있는 내외적인 도전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대동제에 대한 대다수의 우려가 저항문화의 색채를 강하게 풍겼던 80년대와 견주어 오늘의 대학, 즉 대동제로 대표되는 대학문화가 실종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되고 있는 대동제의 풍경 딱 두 가지만 들여다보기로 하자.
근래 행해지는 대학축제는 참신한 기획과 단결된 모습으로 대동제의 의미를 찾기보다, 정형화된 틀과 연예인 모시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연예인 모시기는 대학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대학 축제에서 가장 큰 이벤트요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탓에 대학의 축제무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준비한 공연보다는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준비한 행사는 또 어떠한가. 대학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행사가 바로 주점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준비기간의 부족으로 마땅히 주점밖에는 열 행사가 없다는 것이다. 취업대란이라고 불리는 불투명한 미래가 우리 학생들을 옭죄고 있고, 20대라는 젊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정열을 끌어안은 나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근래의 대동제 한마당을 보면서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하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더구나 대학문화가 상업주의 소비문화의 아류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뭐하려고 빼먹지 않고 해마다 하는가 말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말하자면, 우리는 다시금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뇌와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참신하고 대학마다의 특징 있는 대동제를 선보이려면 우선 준비기간이 넉넉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준비하는 주체들 간의 논의 역시 활발히 이루어져, 대동제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튼튼히 다져두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런 반성 없이, 모든 대학에서 엇비슷하게 다함께 어울리는 축제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과별, 동아리별로만 묶어서 진행이 된다면 대동제의 의미가 급속하게 퇴색되어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을 듯하다.
요즘 대동제에 대학정신이 없다는 비판은 뼈 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김일수<공주영상정보대학·교수>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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