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라
  • 이원곤 교수
  • 승인 2006.06.01 00:20
  • 호수 11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묵처방
이 원 곤 교수
<예술대학·서양화과>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라

세상은 좁아지고, 경쟁은 글로벌화 되고, 눈으로 봐서 ‘좋은 것들’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있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얻기 힘들다. 옛날에도 그러한 ‘거리’는 존재했었지만, 현대에는 그처럼 ‘이루기 힘든 행복의 이미지’가 매스미디어와 가상공간의 확장된 위력에 의해 보통사람들의 눈앞에까지 와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꿈꿀 수 있는 행복과 현실의 거리가 오늘날처럼 벌어졌던 시대도 없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가상공간에서의 삶에 빠져버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만큼 현실이 상대적인 매력을 잃어가기 때문일까? 19세기 중국에서 아편중독으로 숨졌던 사람이 수천만 명이 넘었다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늘날, 지구사회에는 불균형이 심화되어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정보공학에 이어 생명공학과 나노테크놀러지 시대의 개막으로 그야말로 ‘불가능이 없는 미래’의 비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절대빈곤에 시달리며, 자연재해와 야만적인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와 같은 ‘거리’ 역시 역사상 늘 존재했던 것이겠지만, 지금은 그 ‘세계’ 들 간의 거리가 더 없이 짧아졌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위의 경우와 같다. 사실 지금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또 그만큼 거대한 규모의 지각변동이 예견되는 시대인 것이다.

마치 실크로드의 모래 속에 묻혀버렸던 고대의 도시들처럼,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어느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자라날 것이다.
이러한 생태적 변화 역시 늘상 있었던 것이지만, 문제는 우리 시대에 이르러 그것이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금의 20대 청년들의 경우에는, 그들은 윗세대보다 더 격심한 변화 속에서, 더 길어진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이제 케케묵은 화두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문제인 시대이다. 하나로 ‘연결된’ 세계는 너무 많은 관계와 경쟁을 요구하며, 행복을 얻기 위한 여정도 그만큼 길어진다. 그렇다면 차라리 가상공간에서의 삶이 더욱 매력적이지 않은가? 아니 아직은 덜 매력적일지 몰라도 머지않아 그것은 현실보다 매력적인 ‘인생의 대안공간’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대의 아편과 같은 재앙이다. ‘가상현실(VR)은 욕망의 스폰지’라 했던 J. 래니어의 말은 사업가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문구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서곡처럼 들린다.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데 열정을 기울이라는 당부이다. “내가 지금 이런 학문을 전공하고 있으므로 장차 이런 저런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아마도 배반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전공은 미래에 여러분들이 하게 될 ‘일’을 지탱할 몇 개의 기둥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금 세상은 거의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융합하면서, 변형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새로 태어나는 격동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마치 전원풍경처럼 안정된 지평을 유지하던 시야는 적어도 21세기 동안은 주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지금은 난세(亂世)인 셈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두발을 딛고,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 직업이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인생은 불행한 것이 될 것이다.
‘자신’과 ‘일’의 가장 좋은 방식의 만남은, 예를 들면 x, y 축의 그래프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곡선이 만나는 접점에서 성립된다. 지금은 우선 자신의 전공능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작업은 더욱 중요하며, 그것은 무엇보다 자신과 세상의 미래에 대한 성찰과 전망에서 얻어진 것이어야 한다.
이처럼 불안정한 세상에서 자신의 전공능력의 가치가 언젠가 퇴색해 버리더라도, 만약 ‘하고 싶은 일’과 그것에 대한 전망을 지니고 있는 한, 그때그때 새로운 대상, 경험, 재료 그리고 프로세스를 통합하거나 수정하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영역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할 열정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