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와 권리
의무와 권리
  • 유임수 동문
  • 승인 2008.04.08 10:14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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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전캠퍼스 제39대 총학생회장 유임수 동문
얼마 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등록금에 관한 집회가 열린 것을 신문지면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등록금 반값 정책’, ‘등록금 후불제’ 등 대학생의 관심이 한껏 쏠릴만한 문구들로 선전이 한창이었습니다. 지금쯤 학교에도 ‘등록금 일방고지 철회’라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난 1년간 우리 대학의 총학생회장으로 있으면서 저 또한 경험했던 것들입니다.

등록금 인상은 모두의 마음속에 걱정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학생회장 시절 1%의 등록금이라도 깎아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민에 앞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느냐는 것입니다. 다시 서울 시청 앞 이야기로 돌아와서, 등록금 반값 정책은 제가 학생회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대두되었던 문제입니다.

우리는 등록금이 저렴해지길 바라는 것일까요? 지금 보면, 총선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에서 등록금 인하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내걸고 있습니다. 저도 그러한 정책들이 꼭 실현되길 바라며 더불어 올바르게 준비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등록금에 관한 집회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께서 지난달 19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 대부분도 ‘한국은 법과 질서보다 떼를 쓰면 된다. 단체행동을 하면 더 통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는 발언을 하여 각 언론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우리가 선출한 대표자의 눈에 왜 국민들이 ‘떼를 쓴다’고 받아들여지게 된 것일까요?

거기에는 의무가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80년대에서 90년대 초 내 나라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셨던 선배님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내 나라를 사랑하고 내 나라의 발전을 위해 싸우셨던 선배들의 정신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몇 주 전 올해 학생총회가 잘 치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전 총학생회장으로서 느꼈던 기쁨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면 법과 제도 아래 우리의 의무의 최선을 다 하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총회의 참여하는 의무를 이행했을 때 나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관심입니다. 관심을 다른 말로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해 보았을 것입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사랑하는 이가 잘되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학교를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지난 1년간 학생회를 이끌어가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학생들의 관심, 즉 사랑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학생회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습니다. 분명 학생회의 잘못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을 책망하기에 앞서 학생회의 힘이 되어 줄 사람들은 바로 그들을 그곳에 세워준 단국의 재학생들입니다. 학생회가 학생회답게 설 수 있는 힘은 학생회를 향한 우리의 사랑에서 나오며 그 사랑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학이란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학문만이 아닙니다. 배움의 터를 제공하는 학교를 사랑하고 좋은 전통을 세워 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입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질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질책은 사랑을 수반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태도가 목표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학교,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유임수 동문
유임수 동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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