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문화예술 공간 빅3로 부상한 성남아트센터
한국 초연·단독 공연 이슈화 전략 성공으로 지리적 약점 극복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과 더불어 성남아트센터를 수도권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 빅3 대열에 올려놓은 이종덕 사장. 그는 50여 년에 이르는 예술행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남아트센터를 대표적인 공연문화 예술공간으로 창조했다. 4년 전까지는 우리대학 산업경영대학원 문화예술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로서 우리대학의 문화예술 분야를 외부에 알리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의 마당발, 문화예술 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종덕 사장을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성남아트센터 사장실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 사장님께서 예술행정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연세대 사학과를 나와서 공연예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쇼를 보는 걸 참 좋아했어요. 취미는 있었지만 전공은 아니었죠. 63년 공보부 문화과에서 일을 하면서 문화예술 행정을 시작하게 됐죠.
나중엔 문광부하면 이종덕, 공연예술하면 이종덕이라 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유명해졌죠.
72년 진해에서 벚꽃축제가 열렸는데 제가 한국무용예술단을 데리고 공연을 갔었죠.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께서 의자를 갖고 같은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공연은 안 보고 전부 저만 쳐다봤던 일화가 있죠.(웃음)
▲ 사장님께서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최고의 문화예술 단체의 수장을 두루 거쳐 오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경영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에는 여자 화장실을 증설하고 하이힐이 빠지지 않도록 실내외 바닥을 점검했으며 어린이 놀이터를 신설하는 등 ‘고객 감동 마케팅’을 실천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사장 시절에는 노조와의 갈등으로 힘들었지만, 오디션을 통해 실력이 부족한 예술인을 퇴출시키는 ‘내실 경영’을 기했습니다. 또 항상 내방객에게 극장 지리와 공연 정보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인포메이션 창구를 눈에 띄게 배치했어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성남아트센터에는 ‘i-Plaza’를 만들었죠. 처음 극장을 찾은 사람은 지형지물이 낯설어 긴장을 하거든요.
▲ 성남아트센터는 자체제작 작품이 많은데도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2년 반 만에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할 정도로 관객들의 호응 또한 대단합니다. 개관 2년 만에 수도권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전략이었습니까.
우선 개관 이전부터 성남아트센터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였습니다. 유명 인사와의 자전거 타기 행사를 통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지원 변호사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시민들이 탄천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한국 초연, 성남 단독 공연 유치 전략으로 공연예술계에 이슈를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쉽게 만나지 못했던 수준 높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성남아트센터가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갖게 했고, 직접 찾게 했죠. 거기에 질 높은 시설로 공연 관람을 하는 분들에게 감동을 드리고자 했더니 다시 찾아주시더라고요.
“장예모 감독의 ‘홍등’, 세계 최고 바리톤
토마스 햄슨 국내 초연 준비돼 있습니다”
▲ 올해도 성남아트센터에는 화려한 ‘라인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대해도 될 만한 공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국내 최초, 성남 단독 공연 유치에 힘써왔고, 우수한 공연들을 많이 선보여 왔습니다. 길버트 카플란이 KBS 교향악단과 함께 말러 교향곡 2번을 지휘했고, 마티아스 괴르네와 안네소피 폰 오터 내한공연,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리고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뮌헨 필 하모닉을 이끌고 최초 내한하는 등 공연예술계에서도 이슈가 될 만한 공연들을 수차례 선보여 왔죠.
올해도 여러 공연들이 이어지겠지만 우선 5월 17일과 18일 현대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2 초청 공연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중에서도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17세에서 23세의 무용수들이 속해 있는 ‘NDT Ⅱ’가 무용계의 살아있는 신화 지리 킬리안과 이스라엘 국보급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또 여러 차례 국내 공연이 무산됐었던 장예모 감독의 중국 국립발레단 ‘홍등’의 국내 초연과 세계 최고의 바리톤 토마스 햄슨의 초연 무대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명훈이 이끄는 라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랑랑의 협연무대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한 무대에서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 문화예술 행정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픈 말씀이 있으신가요.
사실 대학신문과의 인터뷰도 처음이고 대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 사실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했거든요. 저녁이면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춤추러 가는 데에 취미가 있었고, 친구에게 노트를 빌려서 시험공부를 하곤 했었죠.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학교 다닐 때 대체 뭘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공부는 기본적으로 하면서 사회활동도 해야 한다는 것을 살면서 뒤늦게 깨달았죠.
또 문화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도 이 분야에 뜻이 있다면 꿈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전공 공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자신의 전공을 활용해서 남들과 차별화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 이종덕 사장은
연세대 사학과 졸업
우리대학 산업경영대학원 문화예술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 역임
1983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이사
1993 전 엑스포예술단 단장
1995 전 예술의전당 사장
1999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2004~ 현 성남아트센터 사장